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가상화폐 비트코인 결제를 돌연 중단했다. 채굴 과정에서 화석연료가 너무 많이 사용돼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이유인데, 후폭풍이 엄청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가상화폐 폭등에 일조한 대표적 지지자라 그가 등을 돌리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머스크 CEO는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사용한 차량 구매 결제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가 소모되고, 그만큼 화석연료도 많이 쓰여 환경을 해친다는 논리를 들었다. 머스크는 “가상화폐의 미래가 유망하다고 믿지만 환경에 대가를 치르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親)환경적 채굴 방법이 개발되면 비트코인을 테슬라 차량 결제수단으로 다시 사용하고, 탄소 배출을 덜하는 다른 가상화폐를 알아보겠다는 언급도 했다.
가상화폐를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강력히 옹호하던 머스크 행보를 생각하면 결제 중단은 이례적 결정이다. 그는 테슬라를 통해 2021년 1분기 15억달러(1조6,9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뒤 2억7,200만달러(3,070억원)를 매각했다. 최근에는 스스로를 도지파더라고 칭하며 도지코인에 집중했다. 자신이 소유한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한 민간기업이 의뢰한 달 탐사 프로젝트 비용 전액을 도지코인으로 받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게다가 머스크가 지적한 가상화폐의 환경오염 유발 문제는 그간 환경단체들이 꾸준히 비판해 온 구문이다. 때문에 결제 중단 선언 배경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부당한 비트코인 환불 규정 등 들끓는 고객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진짜 이유가 무엇이느냐를 떠나 머스크의 변심은 즉각 가상화폐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 때 전날보다 15% 이상 떨어진 4만6,00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이더리움도 10.8% 하락했고, 도지코인은 무려 22.4% 급락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머스크가 결제 중단을 선언한 지 2시간 만에 가상화폐 시장의 시가총액 3,650억달러(412조원)가 증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