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가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81조 원이 몰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일반 공모주 청약을 받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에서 빚을 낸 자금만 8조 원을 웃돌았다. 삼성그룹이 상속세를 납부하려고 은행으로부터 마련한 자금도 가계대출을 불렸다.
금융위원회가 12일 발표한 '4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전과 비교해 25조4,000억 원 늘었다. 금융위가 가계대출 자금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대출 항목별로 보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20조2,000억 원 뛰었다. 이 역시 사상 최대 증가 수준이다. 기타대출 증가액 가운데 9조5,000억 원 정도가 SKIET 공모주 청약 관련 대출이다. 이 중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된 자금만 8조3,000억 원이었다. SKIET는 지난달 28, 29일 이틀간 진행한 청약 당시 증거금 규모로 역대 최대인 81조 원을 끌어모았다.
다만 공모주를 받지 못한 나머지 증거금은 며칠 안에 환불되기 때문에, 증거금용으로 나간 대출은 이달 초 상당 부분 상환됐다. 실제 청약증거금 환불일인 3일 기타대출은 7조8,000억 원 줄었다.
삼성그룹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은행권에서 빌렸다고 밝힌 주식담보대출 7,000억 원도 가계대출을 확대시킨 요인이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5조2,000억 원 늘었다. 금융위는 주담대 증가세가 전월(6조5,000억 원)에 비해 꺾였지만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전년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10%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8%대에서 4%대까지 낮추기로 했다.
정부로선 가계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등 대출 규제책을 추진해야 하는 악조건을 맞게 됐다. 일각에선 DSR 40%를 차주별로 적용하는 7월에 앞서 주담대나 신용대출을 최대한 빌려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4월 가계대출은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확대됐다"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