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의 자치경찰위원회가 20일 나란히 출범한다. 지방자치의 한 축인 자치경찰제 7월 시행에 앞서 대구 경북에서는 각각 7명 규모의 자치경찰위원회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위원회는 앞으로 3년간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아동, 교통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 감독하게 된다. 자치경찰 사무를 맡은 시도 사무국도 각각 1국2과 30여명 규모로 출범하면서 새롭게 달라질 치안서비스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치경찰은 위원 인선과 인사권, 신분, 관할 업무, 효율, 정치적 중립성 등을 둘러싸고 벌써 전국 곳곳에서 구설에 오르고 있다. 대구시 자치경찰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철영(57·법학) 대구대교수를 11일 경산캠퍼스에서 만났다.
-자치경찰제 도입되면 1호사업은 뭘로 하나.
"경찰의 눈으로 볼때 그동안 시민은 보호의 대상이었으나 앞으로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경찰로 달라질 것이다. 자율방범대와 녹색교통어머니회는 물론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 등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네트워크 협의체'를 발족하는 것이 자치경찰제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협의체를 통한 시민들의 결정 사안이 당장 시행되는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시민들이 자치경찰의 진정한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대구자치경찰위원회 위원 7명 중 6명이 교수다. 전국 시도의 자치경찰위원이 제각각이다. 추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가장 큰 맹점이다. 시도별로 단체장과 의회, 교육감, 추천위, 국가경찰위가 7명의 위원을 지명 및 추천한다. 칸막이를 쳐놓고 별도 추천하는 구조다. 타 기관 추천인의 성별과 경력 등을 알 수 없는 시스템이다. 추천기관에 성별이나 전문분야를 미리 조율할 수 없다보니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구에는 법조계 인사가 한 명도 없다. 대구는 여성이 2명이지만 대전과 강원은 아예 없다. 이에따라 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가 차별화된 특성을 갖게되면서, 자치경찰 업무를 세밀하게 나눠 판단할 전문성과 다양성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경찰업무가 3원화된다.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 자치경찰이 분야를 나눠 일하면서 시너지효과 보다는 제팔 흔들기가 우려된다. 칼로 무 자르듯 관할이 명쾌하게 나눠지지 않는 경우가 많을텐데.
"당장 현장에서 마주쳐야 하는 숙제다. 자치경찰에서 수사본부나 경찰청으로 사건이 넘어갈 경우 원점에서 다시 챙겨야 하는 번거러움이 예상된다. 노숙이나 주취자를 처리할 때 경찰과 행정기관이 떠넘기기를 할 수도 있다. 시행 초기 사건이 공중에 뜨는 일이 없도록 관할과 치안공백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 상근 2명, 비상근 5명인 자치경찰위원회가 월례회의와 임시회를 통해 처리할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뭔가 굉장히 복잡하다.
"대구경찰청에 여러 부서가 있지만 수사쪽은 국가수사본부의 지휘를 받고, 정보나 보안은 대구경찰청장, 자치경찰은 모두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를 받는다. 자치경찰위원회 소속 지방공무원이 국가경찰을 지휘하는 구조다. 대구경찰청장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경정 이하 경찰관에 대해서만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경찰청장에게 재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치경찰이 급하게 탄생한 탓에 구조가 복잡하다."
-경남에서는 자치경찰위원이 도지사의 후원회장을 맡은 전력이 드러났다. 대구는 정치적으로 중립인가.
"만약 자치경찰 조직이 지자체 직속이 됐다면 단체장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경찰 업무가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이고, 맡고 있는 업무는 정치색이 옅은 분야다. 대구의 자치경찰위원도 개인차는 있지만 쏠림 현상은 없다.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자체와 경찰 모두 자치경찰 운영과 업무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대구시 입장에서는 예산을 지원하고 공무원을 14명이나 파견하는데도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자치경찰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경찰도 지금은 업무성격상 행정 파트에 위임하면 될 일도 직접 모두 처리할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업무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 눈높이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위해서는 모두 감수해야 할 일이지만 모두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잘 조성해야 할 것 같다."
-대구자치경찰위원회 출범 후 7월 본격 시행 전까지 시범운영기간에는 어떤 일을 하나.
"대구경찰이 6,400여명인데 이중 870여명이 자치경찰이다. 당초 자치경찰 비중을 40%로 한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엄청 줄어들었다. 당장 대구시와 대구경찰청 공무원을 중심으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치안수요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선사업과 중점사업을 정하는 것도 과제다. 자치경찰은 지방자치제도의 틀 안에서 경찰 업무를 보는 것이다. 대구가 지역성과 독자성, 다양성, 자생력을 키워서 모범적인 자치경찰제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약력
△한영고 △성균관대 법학 △대구대 법학부 교수 △한국법제연구원 수석연구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통일외교분과위원 △대구시민센터 이사장 △대구시사회서비스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