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마스크 착용으로 줄어든 색조 화장품 수요가 고급 향수로 옮겨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몰아친 럭셔리 소비 문화 바람에 ‘니치향수(프리미엄 향수)’가 MZ세대의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4월 평균 가격대가 30만원 이상인 니치향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향이라도 사람의 체온이나 체취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발현되는 향수의 특성 덕분에 메이크업 대신 향기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직접 향수 매장을 찾는 것이다. 높은 가격대도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대신 매장에서 직접 시향 후 구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백화점 업계는 매장 면적을 늘리고 신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이런 소비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에 향수 등 관련 매장 면적을 2배 가량 늘렸다. 프랑스의 전통 조향사 가문 브랜드인 ‘크리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향초 브랜드 ‘트루동’ 등 7개 신규 브랜드도 선보였다. 크리드와 트루동, 프레데릭말 등 니치향수 판매량은 이달 1~8일에만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향수 매출은 전년 대비 58.6% 신장했다. 특히 지난 2일까지 타임스퀘어점에서 진행한 ‘퍼퓸페어’에선 메종마르지엘라, 아쿠아디파르마, 펜할리곤스, 에르메스, 딥티크 등 지난해 매장 리뉴얼로 입점한 신규 브랜드의 니치향수가 인기를 끌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자기만의 향을 찾는 고객들이 니치향수를 많이 구매한다”며 “성별에 관계없이 뿌리는 향수가 대세로 떠오르며 남성들의 구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도 특별한 향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고객에 초점을 맞춰 향기 마케팅을 펴고 있다. 웨스틴조선 서울은 이달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꽃과 향을 담은 ‘퍼퓸 드 메모아’ 로맨스 패키지를 선보인다. 고가 브랜드인 엑스니힐로의 오드퍼퓸을 패키지에 따라 제공하는 한편, 작약 한 송이와 시그니처 칵테일로 객실 내에서 특별한 향을 느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