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혼전 검사' 의무화 논란... 당사자 꺼리는데 정부는 재촉

입력
2021.05.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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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혼전 검사 자율화, 신생아 결함 급증 
검사율 62.4%까지 올랐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전인대 '강제 검사' 부활 주장... 질병 통제해야
결혼 적령 남녀, "정부 개입말라" 반대 압도적

중국의 ‘혼전(婚前) 검사율’이 62.4%로 올랐다. 결혼을 앞둔 남녀 10명 중 6명은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셈이다. 2004년 2.7%까지 떨어졌을 때와 비교하면 23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멀었다”며 성에 차지 않는 표정이다. 일각에서는 ‘강제 혼전 검사’ 부활도 거론된다. 반면 결혼 적령기 여성의 절반 이상은 “혼전 검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이다. 정부는 보채고 당사자는 꺼리는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국가위건위)는 지난달 29일 “혼전 검사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며 “전국 22개 성에서 무료로 실시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엽산을 복용한 산모는 누적 1억 명을 넘어섰고, 출산 전 다운증후군 검사율은 2010년 20%에서 10년 만에 77%로 증가했다. 정부가 예산을 적극 투입한 덕분이다.

중국은 ‘우생우육(우량하게 낳아 건강하게 기른다)’ 구호에 따라 1986년부터 강제 혼전 검사제도를 시행하다 2003년 10월 ‘혼인 신고 조례’를 통해 자율로 바꿨다. 그러자 80%를 훌쩍 넘던 혼전 검사율이 2004년 2.7%로 추락했다. 이후 신체 결함을 안고 태어난 신생아 수는 2003년 129만8,000명에서 2014년 157만300명으로 21%가량 급증했다.

다급해진 중국은 다시 고삐를 조였다. 국가위건위와 민정부, 공청단, 여성연맹 등 관계기관이 총동원됐다. 지역별로 목표치를 제시하며 검사를 독려했다. 2017년 혼전 검사율은 60%를 돌파했고 2018년 전국 혼전 검사 기관은 3,502개, 근무 인원은 2만5,000명으로 불어났다. 그 결과 지난해 임산부 사망률과 영아 사망률은 2015년과 비교해 각각 15.9%, 33.3% 줄었다.

이처럼 혼전 검사가 뚜렷한 성과를 내자 차제에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019년에 이어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태아의 신체 결함을 막고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전 검사를 의무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배우자 일방이 중대한 병을 앓고 있다면 혼인 신고 전에 상대에게 사실대로 알려야 한다’는 민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또 혼전 검사는 가족을 넘어 사회의 안정과 행복을 위한 주춧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위생국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젊은층의 87%는 ‘혼전 검사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의 60%는 ‘혼전 검사를 꺼리거나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검사 자체가 수치스럽고 △자신의 몸 상태를 공개하기 싫고 △이로 인해 결혼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통제하고 침해하지 말라는 항변인 셈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