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했다. 취임 초 약 80%에서 30%선으로 가라앉은 지지율이 보여주듯 문 대통령은 냉혹한 평가 앞에 서 있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보궐선거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과오를 인정했고, 강성 지지층을 향해 처음으로 문자폭탄 자제를 당부했다. 남은 임기 1년을 의미 있는 종결로 만들기 위해선 코로나19 극복과 취약계층 포용, 부동산 안정에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더 낮은 자세로 민생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정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임기 초 방점을 찍었던 검찰개혁, 적폐 청산보다 코로나19 극복과 일자리 등 민생 현안에 무게를 두었다. 코로나19로 더욱 취약해진 실직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포용할 복지 강화를 강조했는데, 백신 접종과 함께 앞으로 1년간 매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다. 또한 부동산 정책에서 투기 금지,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 확대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남북관계에 대해선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킬 기회가 온다면 온 힘을 다하겠다”면서도 “남은 임기에 쫓기거나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했다. 적절한 인식이다. 국정의 전반적 기조는 유지하되 부작용을 점검하고 수정·보완하면서 성과를 내기 바란다.
야당은 “국민들이 듣고 싶어 했던 성찰은 없었다”(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 “자화자찬이 아닌 반성문을 내놓았어야 했다”(정의당 이동영 대변인)고 혹평했다. 성찰과 반성이 없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과거 ‘경쟁의 양념’이라고 했던 문자폭탄에 대해선 “국민의 의견”이라면서도 “정말 지지한다면 더 예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공감받고 지지받을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국제기구들이 (경제) 성장 전망을 일제히 상향 조정한다” “백신 접종에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등 자화자찬으로 들릴 발언들이 반성과 사과를 가렸다. 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즉답을 피한 채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비판에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긴 위선, 독주에 대해선 더 사과해도 넘치지 않는다. 겸허한 모습을 보인다면 야당이나 반대층의 비판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남은 임기 1년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더 낮은 자세로 민생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