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가 약 1년 6개월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회원 자격을 보유한데다 코스레코드(61타)를 가지고 있는 대회장에서 포효한 그는 이번 우승으로 남자골프 세계랭킹 10위권 이내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아버지가 된 이후 거둔 첫 우승이라 더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매킬로이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 할로 클럽(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총상금 81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PGA 투어 통산 19승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PGA 투어가 중단된 시기에 스윙이 망가져 고생했던 매킬로이의 화려한 부활이다.
퀘일 할로 클럽은 매킬로이에게는 ‘약속의 땅’이었다. 2010년 이곳에서 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그는 2015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만 3번째 우승했다. 이곳에서 열린 대회를 모두 따지면 10번째 출전해 톱10만 무려 8번 들었다. 2019년 11월 HSBC 챔피언십 제패 이후 2년 만에 정상에 다시 서면서 올해 초반부터 이어진 부진을 털어낸 점도 값진 성과다.
이날 키스 미첼(29·미국)에 2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매킬로이는 3번(파4), 7번 홀(파5) 버디로 역전 우승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마법같은 벙커샷이 빛났다. 미첼, 아브라암 안세르(멕시코), 게리 우들런드(미국)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던 매킬로이는 14번 홀(파4)에서 그린을 직접 겨냥한 티샷을 그린 옆 벙커에 빠뜨렸다. 그러나 벙커샷을 1.6m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어진 15번 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들어갔지만 멋진 벙커샷으로 90㎝ 버디 기회를 만들어 2타 차로 달아났다.
위기를 확실한 기회로 만들며 탄력을 받기 시작한 그는 2타 차 선두로 나선 18번 홀(파4)에서도 티샷이 왼쪽으로 휘어져 워터 해저드 쪽으로 날아가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하지만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퍼트 두 번으로 보기를 적어내 1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마지막까지 진땀을 흘렸던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은 쉽지 않았다"면서 "내가 가진 모든 힘을 짜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어머니의 날'에 거둔 이번 우승은 지난해 딸 포피를 낳은 아내 에리카에게도 큰 선물이 됐다.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주 15위에 있던 세계랭킹을 무려 8개단 높여 7위까지 끌어올렸다.
한편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는 이날 두 타를 줄여 최종합계 4언더파 280타를 기록, 공동 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디섐보는 2라운드를 마치고 컷 탈락한 줄 알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1,600㎞가 넘는 거리를 날아오는 해프닝을 벌였다. 한국의 이경훈(30)은 5오버파 289타로 공동 58위에 그쳤고, 최경주(51)는 8오버파 292타로 공동 70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