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덥지 않았던 지난해 여름과 달리 올여름은 때 이른 무더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달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0%에 달하고 13일부터 수도권 지역 대부분의 낮 최고 기온을 25도 이상으로 예측했다.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평년보다 1, 2주 빠르게 여름용 옷 판매에 들어갔고 식음료 업계는 가볍고 부담 없는 먹거리로 다이어트족 공략에 나섰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어컨과 선풍기, 서큘레이터 등 여름 가전 판매량이 4월 초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덥지 않은 여름 탓에 에어컨 구매를 미룬 경우가 많았던 데 비해 올해는 조기 구매 현상이 나오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롯데하이마트에선 4월 1~18일 에어컨과 선풍기·서큘레이터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 60%씩 증가했고 같은 기간 전자랜드에서도 각각 30%, 90%씩 늘었다. 이마트에선 3월부터 4월 셋째 주까지 에어컨 매출은 47.5%, 서큘레이터와 이동식 에어컨 신장률은 162%, 172.5%를 기록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여름옷 편성을 최대 2주가량 앞당기는 추세다. 원래 4월 중하순이던 여름 패션 신상 개시를 2주 이상 당긴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일 단 한 차례의 여름용 카디건 방송으로 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달 4일 여름 원피스 매출은 8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은 IBM의 인공지능(AI) 기반 기상 예측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이 예측 데이터에 따르면 올여름은 지난해보다 2주가량 빨라지고 이달 셋째 주부터 평균 기온이 20도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뿐 아니라 CJ오쇼핑과 현대홈쇼핑 등도 자체브랜드(PB) 여름옷 물량을 늘리고 출시 시기를 1, 2주 당겼다. 롯데백화점은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의류 소재 리넨 상품 200여 종을 오는 14일부터 최대 60% 할인 판매한다. 지난해보다 행사 시점을 3주 앞당기고 기간도 한 달 이상 늘렸다는 게 롯데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식음료 업계에선 여름에 대비한 '로우스펙' 경쟁이 붙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볍고 부담 없는 칼로리를 내세운다. 한국코카콜라는 최근 '스프라이트 제로'를 출시했고, 오리온은 당 함량을 낮춘 '에너지바 호두'를 내놨다. 대상웰라이프의 '마이밀 마시는 뉴프로틴 바나나', 풀무원식품의 '두부텐더' 등 고단백 상품을 비롯해 오뚜기의 나트륨 함량을 줄인 '순한죽' 등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위한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부활동이 줄어 몸무게가 늘어난 사람이 많은 데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다이어트 관련 식품 판매가 급증할 시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코카콜라 관계자는 "최근 '로우스펙'이 식음료업계의 새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경쟁이 치열하다"며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차별화된 맛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