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논란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 결국 명문화...檢과 갈등 불가피

입력
202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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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해 공포 
검찰·경찰과 실질적 협의도 거치지 않아
사건 실무 진행 과정서 조율 쉽지 않을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향후 수사활동의 기틀이 될 사건사무규칙을 제정해 4일 발표했다. 공수처 특성에 맞도록 전반적 업무 관련 사항을 규정한 것이지만, 이미 상당한 논란이 불거졌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 개념을 그대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다른 수사기관과의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ㆍ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과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사건 이첩 실무 과정에서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는 본격 수사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제정한 사건사무규칙을 이날 공포했다. 사건사무규칙에는 사건의 접수와 수사, 공판수행 등과 관련한 공수처 업무의 기본적 절차에 대한 규정이 담겼다. 공수처는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인권보호를 강조하는 수사원칙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다른 수사기관과의 사건 이첩’ 문제를 다룬 규정이다. 그동안 공수처는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 등에 넘길 때 기소 여부 판단은 남겨 두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도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에 대한 검ㆍ경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개념을 별다른 수정 사항 없이 사건사무규칙에 거의 그대로 담은 탓이다.

이날 공개된 사건사무규칙 25조을 보면, 공수처장은 다른 수가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공수처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수사 완료 후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재이첩하라’고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수사는 다른 기관이 하되, 기소할지 말지는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와 관련, 검찰에선 ‘반대’ 의견을 개진했는데도 충분한 논의 없이 사건사무규칙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공수처는 “사무사무규칙 제정 과정에서 공수처법의 해석ㆍ적용과 관련해 검찰ㆍ경찰과 실무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수처가 먼저 제안한 수사협의체 회의는 상견례 격으로 한 차례만 열린 뒤 더 이상 개최되지 않았다. ‘사건 이첩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선 3개 수사기관 간 실질적 논의가 별로 없었다’는 게 검찰 등의 입장이다.

공수처는 일단 “사건사무규칙의 해석ㆍ적용과 관련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수사기관 간 협의체를 통한 논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이나 경찰이 ‘이견 조율을 위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을 일방적으로 제정했다’고 반발하며 협의 테이블에 선뜻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밖에 사건 이첩과 관련한 ‘기한’도 정해졌다.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과 수사가 중복되고 수사 진행 및 공정성 측면에서 공수처가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타 수사기관을 향해 ‘14일 이내로 이첩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기관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해 사건을 통보할 경우, 공수처도 60일 안에 수사 개시 여부를 알려주도록 했다.

공수처는 피의자 등을 소환할 경우엔 변호인과의 협의를 거치고, 원칙적으로 영상녹화장비가 설치된 조사실에서 조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또, 사건 관계인 면담을 실시했을 땐 그 진행경과를 별도 서면에 기록한 뒤 수사기록에 편철해야 한다는 조항(20조)도 사건사무규칙에 담았다. 최근 김진욱 공수처장이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하고서도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아 비판을 받았던 ‘황제 면담’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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