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진보 진영에서 ‘586의 맏형'으로 불린다. 학생운동·노동운동을 했고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강성' 정치인으로, 저음의 굵은 목소리만큼 선 굵은 정치를 해왔다. 인천 계양을을 지역구로 둔 5선 국회의원에 인천시장을 지냈다. 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 등 4개국어를 하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역임해 스스로를 '국제통'으로 부른다.
2일 당대표 수락연설을 하는 내내 송 대표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2016년과 2018년 당대표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그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얼굴 전체가 땀 범벅이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어내리다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고문, 원로님들의 지혜를 구하고, 2030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면서다. 투표 직전 정견 발표에선 “제가 부족했다. 반성하고 성찰하고 노력했다. 정말 이제는 일해보고 싶고, 준비돼 있다”고 호소했다.
송 대표는 1963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광주대동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졸업 후 7년간 노동운동을 했다. 인천 대우차에서 배관용접공으로 일했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과 함께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활동했다. 이후 제도권 진입으로 방향을 틀어 1994년 사법고시에 합격,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1998년 송 대표를 정치인으로 발탁한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송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전진해야 할 때 주저하지 말며, 인내해야 할 때 초조해하지 말며, 후회해야 할 때 낙심하지 말라'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말씀이 생각난다"고 했다.
송 대표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의원배지를 달았고, 2010년 인천시장에 당선되며 4년간 행정 경험을 쌓았다.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러시아에 다녀왔다. 방송통신대에서 일본학과 중국어 학사를 땄다. 학창 시절 꿈은 외교관이었다.
2002년 배우자 명의 아파트 처분 이후 20년 가까이 무주택자로 살아왔다는 송 대표는 "부동산 내로남불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고 자부한다. 지난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보면, 송 대표는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에 보증금 2억3,000만 원짜리 전세로 살고 있다.
송 대표는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 선거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다. 그러나 당대표 후보 3명 중 친문재인계 색채가 상대적으로 가장 옅어 '비(非)문재인계 쇄신파'라는 평가를 들었다. 정견 발표에선 "어느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는 송영길"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했다. 이에 따라 송 대표는 청와대와 무조건 밀착하기보다 이완과 협력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