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머치 토커’로 소문난 박찬호(48)와 동반 라운드는 어땠을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 1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한 김형성(41)은 29일 본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찬호 형이 긴장을 했는지 말이 별로 없었다”는 뜻밖의 답을 내놨다. 김형성은 박찬호와 약 4년 전 미국에서 지인 소개로 인연을 맺은 사이로, 이번 대회에서 한 조에 편성됐다.
박찬호는 29일 전북 군산컨트리클럽(파71)에서 개막한 KPGA 코리안투어 군산CC오픈에 정식 출전, 1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8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묶어 12오버파 83타를 기록했다. 순위는 152위로, 기권한 세 명의 선수를 제외하면 뒤에서 두 번째지만,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무대에 선 ‘코리안특급’의 플레이 하나 하나가 화제가 됐다.
골프 팬들의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박찬호의 수다가 프로 대회에서도 벌어질지, 만일 그렇다면 한 조에 편성된 선수들은 군산CC의 거센 바람에 박찬호의 폭풍 수다까지 더해진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 지였다. 이날 함께 경기한 김형성은 “찬호 형은 말이 없었다”며 “오히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시합이라 못 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김형성에 따르면 전반 9개 홀에서 박찬호의 플레이는 꽤나 환상적이었다. 그는 “전반에 찬호 형이 되게 멋있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고 했다. 실제 박찬호는 첫 홀 드라이버 티샷이 해저드 처리됐음에도 1번과 3번, 8번 홀에서만 보기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6개 홀을 모두 파로 마무리 했다. 이 때까지 같은 조의 박재범(39)과 동타, 김형성에도 불과 두 타 밖에 뒤지지 않은 기록이다.
그런데 후반에 크게 흔들렸다. 김형성은 “사실 찬호 형이 아웃 오브 바운드(OBㆍOut of Bound)를 낸 14번 홀을 앞두고 드라이버 대신 아이언을 잡으라고 얘기해주고 싶었지만, 대회라서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언으로도 거리가 크게 나는 박찬호의 특성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찬호 형이 평소 실력에 비해서 오늘 상황이 너무 안 좋았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종종 박찬호와 라운드를 했다는 김형성에게 ‘박찬호가 원래도 골프를 할 때 조용한지’를 묻자,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김형성은 “찬호 형이 궁금한 걸 항상 물어보는 편”이라며 “학습을 한 스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고 했다. 말을 많이 한단 얘기다. 그럼에도 김형성은 “이번 시합엔 정말 선수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정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었다”며 “2라운드에서는 (1라운드보다)더 좋은 플레이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