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후 처음 모습 드러낸 나발니... "뼈만 남았다"

입력
2021.04.29 21:52
나발니 "중학교 1학년 때 몸무게 같다"
러 정부 탄압 격화...체포 우려에 지지자들 자진 해산

단식으로 앙상해진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나발니의 단식 후 모습이 법정 화상 연결을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고 전했다. 이날 모스크바 바부쉬킨스키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나발니는 교도소에 머문 채 화상 연결을 통해 판사의 질문에 답했다. 화면 속 나발니의 모습은 지난 2월 20일 마지막으로 법정에 출석했을 때보다 눈에 띄게 수척했다. 나발니는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이 됐다"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가장 최근에 잰 몸무게가 72kg로, 중학교 1학년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발니는 지난달 31일부터 러시아 정부가 자신을 치료할 의사를 보내주지 않는다며 24일동안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중 나발니의 건강상태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 전역에서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결국 러시아 정부가 23일 외부 의사 진료를 허용하자 나발니는 그제서야 단식을 중단했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이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정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독극물 공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올해 1월엔 건강을 되찾고 러시아로 돌아갔지만, 공항에서 바로 붙잡혀 구속됐다.

그는 이날 열린 재판에서도 "러시아 정부가 국민들을 노예로 만들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나발니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나뿐만 아니라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거짓말을 일삼고 예산을 낭비해 러시아가 가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압박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의 지역 조직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지지자들은 전날 자진 해산했다. 나발니의 최측근인 레오니드 볼코프는 "더 이상 단체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극단주의 단체 지정은 대량 체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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