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동산 세제 개편 ‘속도전’을 공언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5월 2일) 전까지 관련 논의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지도부 ‘공백’ 상태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당내 찬반 여론이 팽팽한 사안을 논의해봐야 진도는 나가지 못하고 시장에 혼란만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전까지 부동산 세 부담 및 금융규제 완화 등에 대한 논의를 멈추기로 했다”며 “당내 기구인 ‘부동산 대책특별위원회'(특위)도 개점휴업 상태”라고 했다.
특위는 27일 첫 회의를 열고 6월 전까지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했다.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 기준일(6월 1일) 전에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었다. 당시 특위는 기획재정부에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공시가격 9억 원 초과)을 높이면 혜택을 보는 가구수는 얼마나 되는지, 세수는 얼마나 감소하는지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 자료를 요청했다. 1차 회의 이후 특위 차원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부동산 논의를 일시 중단한 건 새 지도부가 들어서야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봐서다. 당대표가 공석인 민주당은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종부세를 두고 당내에서 “완화하자” “성급하게 바꿀 일이 아니다”라며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당 지도부조차 엇박자를 냈다.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종부세는 중점 과제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27일 “(종부세는) 매우 후순위”라고 했으나, 부동산 특위 소속 고용진 의원은 “종부세를 다룰 것”이라고 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국민이 보기엔 ‘아사리판’과 다를 바 없다”며 “정책 방향에 대한 가르마를 타줄 당대표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당대표 후보들은 대체로 종부세 조정에 부정적이다. 홍영표ㆍ우원식 의원은 현행 종부세 부과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 의원은 “보유세 강화 기조의 큰 줄기를 바꿔선 안 된다”고 했다. 우 의원 또한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는 전체의 3.8%밖에 안 된다”며 “종부세 완화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송영길 의원만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며 일부 완화를 시사했다.
여권 관계자는 “강성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종부세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강하기 때문에 당권 주자 입장에선 섣불리 완화를 약속할 수 없다”며 “당내 완화론과 유지론이 5대 5 수준으로 팽팽해 차기 당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