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산정 자료 첫 공개, 논란 해소엔 미흡

입력
2021.04.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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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전국 평균 19% 오른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을 발표한 뒤 사실상 이의를 제기한 의견이 5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이고, 지난해보다도 33%나 증가한 규모다. 세종시에선 무려 1,400%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불만이 크다는 얘기다.

전국 1,400만 호를 대상으로 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이 완벽할 순 없다. 20일간 열람기간을 두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할 건 공시가격 조정이 이뤄진 게 2,485건(5.0%)으로, 지난해의 두 배라는 점이다. 세종시의 조정률은 11.5%에 달했다. 정부 스스로 마지못해 오류를 인정한 게 이 정도다. 의견제출 자체를 포기한 이들도 적지 않은 만큼 실제 오류는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은 경우도 있었다.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가 올해 처음 공개한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를 보면 그 이유가 엿보인다. 학교와 지하철 등 주변 환경, 가구 수와 용적률 등 단지 특성, 면적과 방향 등 세대 특성, 거래 사례와 시세정보 등 인터넷만 검색해도 쉽게 알 수 있는 일반적 내용이 전부다. 공시가격 산정 시 가장 중요한 적정시세를 얼마로 봤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세와 시세 반영률도 없다. 과학적인 산정 기준을 기대한 이들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자료가 이 정도니 그동안 엉터리 산정이 이어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의 집값 급등을 감안하면 공시가격이 오르는 건 불가피하다.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을 현실화할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 과정이 사실상 세금 인상으로 받아들여지며 저항도 거세다. 이럴 때일수록 촘촘하고 세밀한 기초자료를 통해 객관적인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근거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공시가격이 먼저 산정돼야 공정도 얘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