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학살 만행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해외 인권단체까지 협박하기 시작했다. “가만두지 않겠다”면서 물리적 보복도 예고했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군부는 26일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가 출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웹사이트에 지속적으로 사망자 명단을 과장해 게재하고 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폭동을 자극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군은 이를 좌시하지 않고 AAPP에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태국에 근거지를 둔 AAPP는 미얀마 쿠데타 발발 뒤 군부의 무력 진압과 시민 학살 상황을 실시간 타전하는 인권단체다.
현지에선 강경론으로 돌변한 군부가 비밀리에 AAPP 인사들을 납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단체 본부가 위치한 태국 매솟 지역이 미얀마 국경과 인접한 데다, 이미 군부가 1992년과 2017년 태국 접경지역에서 수차례 민주화 활동가들을 납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지 소식통도 “군부가 개별 인터넷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AAPP 측 활동을 막을 방법은 없어 사이가 좋은 태국 정권의 묵인 아래 납치 등 물리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테러 위협에 직면했지만 AAPP는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 단체를 설립한 보 치는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군부의 협박은 정치적 제스처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APP는 희생자를 집계할 때 반드시 신원을 확인한다”며 군부의 거듭된 조작 주장을 일축했다. 실제로 AAPP가 제공하는 사망자 명단에는 △나이 △소속 △사건 발생 지역 등 기본 정보는 물론 구체적인 피해 정황까지 기록돼 있다.
군부의 입지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들어 소수민족 반군과의 전투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26일 동부 카렌주(州)에서 카렌민족해방군(KNLA)에 대패한 군은 전날 전투기와 로켓포를 동원해 재반격에 나섰다. 서부 친주에서도 전날부터 자체 조직된 친주방위군(CDF)을 상대로 공격 작전을 펴고 있으나 완전 진압에는 실패했다.
국제사회도 24일 체결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라고 군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전날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미얀마 시민들이 다치지 않고 기본권을 존중받게 될 것이란 점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