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전 타임캡슐 '이재난고(頤齋亂藁)'  고창으로 귀향

입력
2021.04.26 17:51

조선 후기 실학자 이재 황윤석(1729~1791)이 평생에 걸쳐 보고 들은 모든 지식을 기록한 백과전서 '이재난고' 일부가 그의 고향인 전북 고창군으로 돌아온다.

고창군은 이재 황윤석의 8대 종손인 황병무씨가 '이재난고'와 '이재유고 목판' 100점을 최근 고창군에 기탁해 오는 30일 기증식을 가질 예정이다고 26일 밝혔다.

이재난고는 실학자 황윤석이 열 살 때부터 운명 이틀 전까지 53년 동안 온갖 다양한 정보들을 상세히 기록한 일기다.

전북도 유형문화재 제111호인 이재난고는 50여 책, 6.000장 정도의 내용으로 현존하는 조선시대 일기류 중 최대·최다의 방대한 저작물이다. 책마다 쓰기 시작한 연대를 기록하고 '난고' 또는 '이재난고'라는 표제를 달았다고 알려져있다.

이재난고는 애초 60책으로 이루어졌으며 거기에 이재의 수고본 2책을 더해 모두 62책인데 그 가운데 47책의 일기를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활자화해 이재난고 9책으로 발간, 오늘날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이 일기만도 400만 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인데 62책 전체는 530만 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재난고는 단순한 일기가 아니고 이재가 보고 배우며 생각한 모든 것을 매일 기록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양반 지식인이 살아온 궤적이 매우 섬세하게 담겨 있다. 쌀과 고기 등 생필수품의 물가변동은 물론 여행지 마을 이름을 한자와 한글로 나란히 적어 놓았다.

특히 이재는 전북 정읍의 이언복이 60냥에 구입한 자명종을 18세에 구경한 후 1761년 나경적이 제작한 자명종을 봤으며, 1774년 임영서를 통해 5냥을 주고 구입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나 직접 수리하려다 실패했다는 기록도 담겨 있다.

또 강원도 춘천에 있던 선대 묘소를 이장할 때 이를 발굴보고서로 기록해 고려시대 묘제에 대한 분석까지 곁들여 우리나라 최초의 발굴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이재난고는 조선 후기 정치, 경제, 사회에서부터 수학, 과학, 천문, 지리, 어학, 역법, 서양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을 백과전서처럼 망라해 다른 일기와 차이가 커 사료적 자료로서 가치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창군 관계자는 "이재난고의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승격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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