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위치 미리 알았다"… 전철역 땅 투기 포천시 공무원 기소

입력
2021.04.26 11:05
외부 전문가 회의 때 직접 철도 노선 등 설명
신설 역사 위치 정보공개 청구엔 4차례 거부
검찰 "비밀성 인정된다"

전철 역사 인근의 땅 투기 의혹을 받아온 경기 포천시 간부 공무원이 26일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출범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첫 기소 사례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 시청 공무원인 이 직원의 부인과 감사부서 직원 2명에 대해선 각각 기소유예,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성동)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포천시청 과장 박모(52)씨를 구속기소했다.

박씨는 지난해 철도 유치 부서 책임자를 지내며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서울지하철 7호선 포천 연장 구간 역사인 ‘소흘역’ 예정지 인근 2,600여㎡의 땅과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부인과 공동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매입금액 40억 원 중 36억원가량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박씨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1년간 지하철 7호선 옥정~포천 연장사업의 담당 부서 책임자로 근무했다. 그가 매입한 땅은 현재 유력하게 검토 중인 역사에서 50m 이내에 위치해 있다. 해당 토지는 현재 시세로 매입 가격의 두배가 넘는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의 투기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검찰이 철도 노선 선정 관련 회의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A씨가 직접 외부 전문가들을 상대로 철도 노선과 신설 역사 위치 등을 설명하는 등 역사 예정지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해당 토지를 매입할 당시(2020년 9월) 기획재정부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후 역사 위치가 사실상 확정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포천시가 철도 노선과 신설 역사 위치 등 시민들의 정보공개 청구를 4차례 거부한 것으로 미뤄 비밀성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박씨가 매입한 토지와 건물은 현재 법원 결정에 따라 몰수보전 결정이 난 상태다. 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 임의대로 매각 등의 처분을 금지한 조치다. 검찰은 박씨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판결이 확정되면 이 땅을 공매 처분해 근저당 설정된 34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국고로 귀속할 방침이다.

앞서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대는 박씨를 구속하고 땅 매입에 관여한 혐의로 박씨 부인인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 7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또 이들 부부의 감사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판단한 감사부서 공무원 2명도 입건해 같은 날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에 대해선 “혐의 적용이 어렵다”며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