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코로나 생지옥’으로 변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환자에 의료용 산소가 고갈되면서 호흡은 사치가 됐고, 사망자 역시 손 쓸 새 없이 급증해 나라 곳곳의 화장장 기능이 마비됐다. 지구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0%를 인도에서 접종했지만, 질주하는 코로나19 속도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14억 인구 대국의 감염병 폭증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아는 세계 각국도 지원을 서두르고 있다.
25일 인도 보건ㆍ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34만9,691명으로 집계돼 사흘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역시 최다를 찍은 글로벌 신규 확진자(89만3,000여명) 3분의1이 인도에서 나왔다.
사망 지표는 더 암울하다. 이날 하루 2,767명이 숨졌는데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창궐 후 가장 많았다. 최근 나흘간 누적 사망자 수도 1만명에 육박한다. 수도 뉴델리가 위치한 델리주(州)에서는 4분마다 한 명꼴로 코로나19 희생자가 나올 정도다. 이 것도 어디까지나 보고된 수치다. 실제 숨진 이는 정부 발표보다 5~10배 더 많을 거란 게 정설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정치권과 병원 당국이 사망자 수를 빠뜨리거나 못 본 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자 폭증으로 의료시스템도 붕괴된 지 오래다. 병상 확보는커녕 입원 중인 환자도 치료 산소가 없어 죽어 나가는 형국이다. 정부가 군용기와 열차를 총동원, 싱가포르 등 인근 국가에서 산소를 실어 나르고 있으나 수요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23일 델리의 한 병원에서는 산소호흡기 공급이 7시간 지연되면서 환자 20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급증하는 사망자는 화장장 포화란 연쇄 재난을 불렀다. 화장장이 24시간 풀가동되고, 노천 화장장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끝없이 밀려드는 시신 탓에 과부하에 걸렸다. 영국 BBC방송은 “화장장이 쉴 새 없이 가동되면서 굴뚝이 열기로 녹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일한 구세주인 백신이 감염병 확산에 제동을 걸 거란 희망마저 물거품이 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 세계 207개 국가에서 최소 10억293만회 백신을 맞았는데, 인도에서만 10%가 넘는 1억3,840만회가 접종됐다. 특히 인도는 위탁생산 방식으로 세계 백신의 60%를 제조해 ‘세계 백신공장’으로 불린다. 감염자 수가 늘자 정부가 자국민에게 먼저 접종하기 위해 해외 수출 금지까지 나섰지만 임계치를 벗어난 확산세 앞에 백신은 값비싼 장식품이 돼버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가 주는 교훈은 백신이 나와도 코로나19 종식은 아직 멀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도는 2월만 해도 일일 신규 감염이 1만명을 밑돌았으나, 정부와 국민의 ‘방역 해이’에 더해 ‘이중 변이’ 바이러스까지 퍼지면서 전쟁터가 됐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최근 수도 뉴델리 등 일부 지역에서 이중 변이에 변이가 하나 더 추가된 ‘삼중 변이’까지 발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진짜 문제는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 아니란 사실이다. 인도 바이러스 전문가 샤히드 자밀 박사는 “재확산 정점까진 아직 2주가 남았다”며 “하루에 새 환자가 50만명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각국은 재앙에 직면한 인도 하늘길을 꽁꽁 잠그기 시작했다. 독일은 26일부터 인도발(發) 여행객의 입국을 불허했고,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5일 인도발 노선 운항을 제한했다.
인도적 지원책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인도 정부 및 의료 종사자들을 신속히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고위급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와 국경 분쟁 중인 중국 역시 방역물품을 제공하는 등 우호적 손길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