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0.84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생아가 더없이 소중한 이유다. 신생아가 건강히 태어나 자라도록 우리 사회가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선천적인 이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가 있다. 선천성 심장병이 대표적이다.
어른들도 심장병이라고 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는데 하물며 신생아에게 심장병이 있다고 하면 해당 가족들의 슬픔이기도 하고 국가의 고통일 수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 선천성 심장병의 치료가 매우 발달했다. 1980년대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심장병 수술을 시작한 이래 선천성 심장병의 치료 성적은 선진국 수준이다. 대한소아심장학회(2020년)에 따르면 국내 선천성 심장병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세부 전문의도 소아청소년과와 소아흉부외과를 합쳐서 167명이 등록되어 있다.
신생아 선천성 심장병 이겨내는 첫 걸음은 정확한 조기 진단에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정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태아 심장을 초기 검진한다. 보통 심장은 태아기 3~8주 대부분 완성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태아기 8주가 지나면 진단이 가능하다. 물론 그 이후에도 심장 자체의 성장과 내부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심장 이상이 의심되면 정밀한 진단을 위해 선천성 심장병 세부 전문의을 찾아야 한다. 보통 태아가 16주 이상 되면 임신부 복부를 통해 태아의 심장 구조를 초음파 기기로 자세히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할 수 있다.
선천성 심장병의 태아기 진단은 조기 진단을 통해 신생아 출생 중이나 출산 후에 오는 신생아의 갑작스런 악화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복잡한 선천성 심장병은 태어나자 마자 약물 치료가 필요하기도 한다. 이를 동맥관의존형 심장병이라고 하는데 출산 후 약물 투입이 없으면 급작스런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태아의 심장병 정도와 종류에 따라 출산 시기나 출산 방법을 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안전한 신생아의 출산과 출산 후 안정이 목표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일부에서는 선천성 심장병을 일찍 발견해 낙태하는 상황이 있어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치료 성적으로 생각하면 더 그렇다.
태아기에 선천성 심장병으로 의심이 되거나 확진된 신생아를 출산하는 경우, 대부분 세부전문의가 출산 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진료를 시작한다. 최종적인 심장 초음파 진단을 하게 되고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나 수술 치료를 시행한다.
신생아가 심장병으로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되기 전에 적절히 치료해 성과를 높이고, 발달이나 성장에도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모든 태아에서 정확한 선천성 심장병 진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1,000명당 1명의 선천성 심장병 발생률을 고려해 대부분 선천성 심장병을 의심할 수 있는 태아 초음파 소견이나 부모나 형제 자매의 선천성 심장병 이력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사하게 된다. 최근 발달된 유전 질환의 의심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태아 심장 초음파 정밀 검사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초음파 검사 영상이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태아의 위치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데 임신부의 배를 통해 초음파 영상을 얻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아의 위치에 따라 심장이 몸에 가려져 있을 수도 있고 태아가 계속 움직일 수 있다.
또 심장 주변의 폐나 뼈의 발달이 영상의 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태아가 30주 이상이 돼 충분히 성장했다고 해도 영상이 오히려 나쁠 수 있다. 이 같은 영상 상태로 인해 진단이 불확실할 때도 있기에 그러면 할 수 없이 출산 후 진단으로 미뤄야 할 수도 있다.
뱃속 태아의 심장은 대부분 선천성 심장병 여부와 관계없이 안정적이다. 왜냐하면 태아의 산소 공급은 태아의 폐가 아니라 임신부가 담당하고 태아 심장은 펌프 기능만 잘 하면 된다. 따라서 태아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좋다고만 하면 출산을 서두를 필요가 거의 없다.
오히려 임신부의 뱃속에서 충분히 성장한 뒤 출산하는 것이 태아에게 더 좋다. 흔히 선천성 심장의 기형 가운데 가장 복잡하다고 알려진 단심실이란 심장 기형을 가진 태아도 임신부 뱃속에서는 매우 건강한 정상 심장을 가진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고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조기에 분만할 수도 있다.
미숙아 중에서 선천성 심장병이 동반된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선천성 심장병이 미숙아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태어나서 바로 선천성 심장병을 수술해야 할 때 신생아 체중이 매우 중요하므로 태아의 주수(周數)를 다 채우고 임신부를 통해 영양 공급을 충분히 받고 나오는 것이 좋다.
이 밖에 태아 심장에는 난원공, 동맥관이라 부르는 두 개의 연결이 존재하는데 태아에서 매우 중요한 통로이고 출산 후에는 대개 막힌다. 따라서 태어난 이후에도 연결이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심방중격결손이나 동맥관개존증은 태아기에 진단이 거의 불가능한 병으로 말할 수 있다.
태아 선천성 심장병 진료는 진단에 따라 소아청소년과 세부전문의와 소아흉부외과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가 긴밀하게 협력해 진료해야 한다. 조기 진단한 결과를 함께 보고 임신의 유지 방법이나 출산 방법을 의논하고 출산 후 치료나 수술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심장 초음파 검사는 신생아의 선천성 심장병을 조기 진단해 출산 후 신생아를 매우 안정적으로 치료하려는 것이다. 임신부나 가족을 걱정하도록 하거나 더욱이 태아 목숨을 빼앗고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태아 심장 초음파 진단은 신생아 선천성 심장병의 치료에 매우 도움되므로 해당이 되면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필요하면 관련 전문의들이 함께 모여 긴밀한 진료가 필요하다. 최고의 결과는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