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는 잘못된 길'이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은 위원장을 비판하며 진화에 나섰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세자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 글도 올라왔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사라질 게 아니다. 폐쇄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18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암호화폐를 투기 도박에 비유하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이 위험하니 막자고 한다"면서 "나는 생각을 달리한다.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신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암호화폐를 2030세대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 수는 2월 기준 처음으로 월 300만 명을 넘었고, 2030세대가 그중 59%에 달한다"며 "왜 2030세대가 암호화폐나 주식에 열광하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의 요구는 분명하다. 암호화폐 시장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객관적 투자정보를 제공해 주고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어 건전하게 투자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전용기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금융위는 정신 좀 차리라"며 "은 위원장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 자산으로 보는 위원장과 금융당국의 태도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의 의사 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며 "모든 걸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에 유일한 희망이 금융 시장인데, 이런 입장을 이해하기보다는 질책의 목소리가 먼저 나오면 청년들은 대체 무엇을 믿고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금융위원장의 경솔한 발언에 상처받는 청년들에게 죄송의 말씀을 올린다"고 은 위원장을 대신해 사과했다.
노웅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가상화폐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는 건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자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은 위원장을 성토한 건 암호화폐에 민감한 2030세대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2030세대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온라인상에서 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란 제목으로 은 위원장을 비판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됐을까.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며 "4050세대 인생 선배들에게 배운 건 바로 내로남불이다. 아랫사람들에게 가르치려는 태도가 바로 대한민국을 망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하느냐"며 "국민의 생존이 달린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는 괜찮고 코인은 부적절한가. 역시 어른답게 배울 게 많다"고 비꼬았다.
은 위원장은 앞서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암호화폐와 관련해 "암호화폐 거래소가 9월에 모두 폐쇄될 수 있다"며 "실체 자체가 모호해 이런 자산에 들어갔다고 정부가 다 보호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30세대의 투자 열풍에 대해선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