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증금 못 받아 '폐문'한 상가, 관리비는 임대인 몫"

입력
2021.04.23 11:06
식당 개업 한 달 만에 폐업… 보증금 1억 못 받아
임차인 "보증금 줘라" vs 임대인 "상가 반환해라"
대법 "임차인, 계약 끝나고 실제 사용 안 했다면 관리비 안 내도"

임차인이 건물을 점유만 하고 실제 사용은 하지 않았다면, 건물 관리비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법인 B사가 임차인 A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2월 B사와 보증금 1억원, 월세 748만원의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이듬해 4월 식당을 개업했다가 한 달여 만에 폐업했다. B사는 A씨의 임대료 연차를 이유로 같은 해 7월 계약을 종료했다.

이후 A씨는 B사에 보증금 반환을, B사는 A씨에게 밀린 월세 지급을 요구하며 서로 맞섰다. A씨는 상가를 잠가놓고 B사에 내주지 않았고, 이에 B사는 A씨에게 상가 인도와 월세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는 B사에 상가를 돌려주고, 밀린 월세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사는 이 판결을 근거로 2018년 10월 상가를 A씨에게서 넘겨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A씨가 B사를 상대로 1억원의 보증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B사도 A씨에게 계약 해지 이후 B사에 상가를 넘겨줄 때까지, 약 14개월 동안 밀린 월세에 더해 관리비도 추가로 청구하며 맞불을 놨다.

2심은 A씨가 계약이 해지된 뒤 상가를 점유하고 있었지만, 문만 잠가 놓고 실제 사용은 하지 않은 만큼 추가로 월세를 낼 의무는 없다고 봤다. 다만 연체 관리비는 A씨가 B사에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사가 1억원의 보증금에서 계약 해지 전 밀린 월세, 연체 관리비 등을 제한 나머지인 6,50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에 더해 연체 관리비도 A씨가 낼 필요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계약이 끝나고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상가를 사용하지 않고 점유만한 경우면 상가 인도 때까지 관리비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계약 종료 후인 2017년 12월 26일과 이듬해 3월 28일 해당 상가에서 행사를 연 적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을 했던 이틀 분에 대한 관리비의 지급 의무는 있다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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