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염수정 추기경 향해 "소수자들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길"

입력
2021.04.22 16:40
염 추기경 "동성혼·젠더, 창조주 섭리 거슬러"
장 의원 "약자 고통 외면... 정교 분리 위배"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차별금지법의 동성혼 조항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없다면 최소한 소수자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작심 비판했다.

장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약자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하고 변화하는 시대와 인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거부하는 종교적 신념은 또 하나의 독선적인 기득권으로 변질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이다.

장 의원은 또 염 추기경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 분리의 원칙을 어겼다고 성토했다.

그는 "자기 종교의 교리에 대한 특정 시각의 해석을 잣대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논의하는 법안과 정책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에는 '종교는 정치와 분리된다'는 정교 분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이 정교 분리 원칙을 말한 건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 중이고, 여성가족부가 비혼 동거, 사실혼의 가족 범위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천주교가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장혜영 "혐오 정서에 기반한 표현" 강하게 성토

염 추기경은 이날 앞서 생명주일을 맞아 발표한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란 제목의 담화문에서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의 반대를 동성혼 등은 용인하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또 "젠더 이데올로기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다르게 창조하시고 서로 협력하며 조화를 이루게 하신 창조주의 섭리를 거스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염 추기경이 발표한 담화문이 혐오 정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1년 대한민국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가장 위협하는 건 극심한 불평등과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라며 "이런 시대에 시민들이 가톨릭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메시지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 소수자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