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백신 수급 불안정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공언한 ‘11월 집단면역’ 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20일 현재 3% 남짓한 수준이다. K방역을 지탱하던 거리 두기의 효과도 예전 같지 않아 백신 확보 없이 빠른 일상 회복은 요원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백신 대국인 미국은 예정된 접종 횟수보다 한 차례 더 접종하는 ‘부스터 샷’까지 검토 중이고 6월 중 국내에 일부 들어올 예정이었던 얀센 백신도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부작용 논란에 휩싸이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K방역을 호평했던 뉴욕타임스, CNN 등 외신들도 “한국 등 아태 지역은 백신 확보엔 뒤처졌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백신 수급 차질 얘기만 나오면 정부 관계자들은 “7,900만 명분 확보”만 내세운다. 오죽하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확신하는 홍남기 총리 대행에게 “헛된 약속을, 희망고문을 계속하니 국민이 불신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을 정도다.
정부가 최근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이날 미국에서 긴급히 백신물량을 지원받고 이후 국내 제약사들이 이를 미국에 되갚아주는 ‘한미 백신 스와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는 등 정부도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코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대통령이 직접 백신 확보전을 진두지휘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줄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대비책으로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고 밝힌 이후 열흘 가까이 백신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한 문 대통령의 판단이 지나치게 낙관적이 아닌지 걱정이 크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협력을 구하는 등 적극적인 정상 외교로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