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백신 구매 안 급해' 기모란 발언, 당시 상황 보면 충분히 근거 있어"

입력
2021.04.20 14:00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방역 안정적인 나라들은 백신 수급에 보수적"
"다국적 제약회사들 무리한 요구 알려지면
백신 수급 늦었다는 비판 쉽사리 못할 것"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한국은 백신 구매가 급하지 않다"는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의 과거 발언에 대해 "당시 방역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근거 있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홍 의장은 20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기 기획관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대한 여당의 입장을 밝혔다.

야권에서는 이번 인사 개편 중 기 기획관 임명에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 특히 기 기획관이 지난해 11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국은 지금 환자 발생 수준으로 봤을 때 (백신 구매가) 그렇게 급하지 않다"고 발언한 대목을 꼬집으며 "정치를 앞세워 방역에 혼란과 방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의장은 그러나 "발언 당시의 상황과 지금 상황을 갖다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의 경우) 작년 연말부터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난 상태라 문제가 되는 것이지, 지난해 5, 6월경에는 일평균 10명 미만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한국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었다며 단순 비교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하루 2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할 때도 있어서 방역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와 선제적 방역에 목맬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한국, 대만, 독일, 호주, 뉴질랜드처럼 상대적으로 방역이 안정적인 국가에서는 백신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시엔 제약회사 횡포에 끌려가선 안 된다는 생각"

또한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가 밝혀지면 백신 수급이 늦었다는 비판을 쉽사리 하기 힘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홍 의장은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 공개를 할 수는 없지만, 만약 내용이 공개된다면 (도리어) '그렇게 하면서까지 협상을 해야 하나'라는 야당과 언론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백신을 수급하는 대가로 국민들의 접종 데이터를 제약사인 화이자에 넘겨주기로 공개 약속하고, 단가도 유럽의 2배 가까이 지불한 예시를 들었다.

홍 의장은 "이스라엘도 확진자가 많기는 했지만, 총선을 감안했다"며 "그런 점에서 청와대나 정부·여당이 (백신 수급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으면 낫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 당시엔 다국적 제약회사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