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연예인 '모시는' 예능? 힐링 기획 무색한 공감대의 한계

입력
2021.04.15 17:47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예능이 공감대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타깃 시청층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지난 3일 첫 선을 보인 유재석의 KBS2 새 예능 프로그램 '컴백홈'이 시청자들에게 힐링 아닌 뜻밖의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컴백홈'은 애초에 청춘을 응원한다는 콘셉트로 출발한 리얼 버라이어티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1, 2회의 방향성이 예측을 빗나갔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의도와 다른 지적을 받게 됐다. 유재석의 선한 영향력과 별개로 기획의도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시청자들이 연예인 게스트들에게 괴리감을 느낀다는 데 있다. 물론 연예인 게스트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컴백홈' 1회 게스트 마마무 화사와 휘인, 2회 게스트 김종민 문세윤의 과거인 서울살이 첫 보금자리가 2021년 누군가의 현재라는 점에서 이들의 추억 여행은 와닿지 못했다. 오히려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해당 장소에 살고 있는 청춘들의 입장에서 '컴백홈'이 상대적 박탈감을 자아낸다고 바라보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tvN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도 결국 연예인 게스트를 위한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박한 정리'의 집 정리를 통해 공간에 행복을 더하는 노하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게 주된 기획의도겠지만, '신박한 정리'의 주인공이 대부분 고소득자인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신박한 정리' 자체의 화제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기본적으로 교양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연예인 게스트의 출연은 당연한 포맷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방송가의 숙제이기도 하다. '컴백홈'과 '신박한 정리' 모두 기획의도만 두고 본다면 충분한 힐링과 공감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예인 게스트와 함께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 있어서 세심하지 못한 접근 방식을 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아닌 묘한 불편함만을 자극하게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컴백홈'과 '신박한 정리'가 좋은 의도에도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 "취지를 명확하게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컴백홈'이 집을 고쳐준다는 리모델링 콘셉트의 실질적 수혜자는 청춘이 아닌 건물주에게 갈 가능성이 있다. 정교하지 못한 타겟팅 때문에 기획의도와 다른 쪽의 문제 제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연예인 홍보에 그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런 접근 방식, 다시 말해 '컴백홈'과 '신박한 정리'의 세부 콘셉트는 연예인 지상주의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연예인 공화국'이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연예인들의 소득과 혜택이 큰 현 상황이 '컴백홈'과 '신박한 정리'로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예능을 운용하는 데 연예인의 화제성을 이용하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더 깊은 탐구가 필요하다.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듯 기획 의도대로만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기획의도 자체가 아닌 이를 구현하는 방식까지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래야만 단순한 재미가 아닌 본래 취지가 가진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다. '컴백홈'과 '신박한 정리'가 시청자들의 지적에 귀 기울이고 상대적 박탈감을 공감대로 바꿀 수 있을지 향후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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