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금융계에도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기후변화 관련 법을 세계 최초로 마련했다.
제임스 쇼 뉴질랜드 기후변화 담당장관은 13일(현지시간) 은행ㆍ보험사ㆍ자금운용사의 투자 활동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쇼 장관은 “금융계의 투자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며 “이 법은 금융계의 투자 결정 과정에서 기후변화 문제가 핵심적으로 다뤄지도록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후변화 영향을 공시해야 하는 기업은 자산 10억 뉴질랜드달러(약 7,896억 원) 이상인 모든 은행과 운용자금 10억 뉴질랜드달러 이상인 보험사, 뉴질랜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ㆍ채권 발행 기관 등이다. 뉴질랜드 국내 기업 200곳과 몇몇 외국 기업들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상 기업들은 내년부터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감시해 2023년 첫 공시를 해야 한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해 9월 금융계의 기후변화 위험 보고서 제출 의무화 계획을 처음 내놨다. 2025년까지 공공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 없는 대중교통 버스를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친환경 정책도 함께 마련했다.
국가가 기후변화를 고려한 투자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법까지 마련한 건 처음이지만, 이미 국제 금융계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홀딩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사용하는 민간기업들에 투자하기 위해 ‘탈탄소화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에서 자산규모 3위인 공적연기금인 뉴욕주공무원퇴직연금도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는 에너지 기업에는 투자를 전액 회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