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고령화 시대에 나아갈 방식(노인 돌봄)도 마찬가지다."
뇌졸중을 겪은 어머니를 간병하는 나디아 덩(38)은 노인 돌봄에 관한 사회적 책임과 현실을 이처럼 표현했다. 가족과 상의 끝에 독신인 자신이 직장을 그만뒀지만 매일이 걱정의 연속이다. 프리랜서 활동으로 번 돈으로 어머니를 부양하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어머니 곁을 떠날 수도 없어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싱가포르에서 부모 돌봄 부담이 주로 독신 여성에게 전가되는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전체 싱가포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2000년 7%에서 최근 11%까지 급증했다. 이에 따라 돌봄 부담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양과 달리 요양시설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노인을 돌보는 문화가 보편적이라 민간이 부담을 고스란히 진다.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부모가 자녀에게 매월 용돈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부모부양법도 있어 경제적 부담을 피해갈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주로 여성들, 자녀가 없는 독신 여성들이 간병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싱가포르에서는 비혼인 경우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신 자녀가 부모의 간병인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WP는 분석했다. 가족 내에서도 여성이 간병을 도맡는 전통적 성(性)역할도 한 요인이다. 2012년 싱가포르정부 조사에 따르면 비공식 노인 간병인의 60%가 여성인데 그중 35%가 비혼이고 대부분 45~59세 사이다.
문제는 덩처럼 부모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경력과 노후자금을 포기했지만 그들에게 똑같이 해줄 자식은 없다는 점이다.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다 치매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 크리스 푸(53)는 "어머니 부양 비용으로 모아둔 돈을 이미 모두 썼고 앞으로가 문제인데, 누가 나를 돌볼 것인지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부모로부터 4.8㎞ 이내에 살면 최대 1만5,000달러(약 1,687만 원)의 연간 보조금을 지불하는 정책을 내놨지만 이정도로는 역부족이다. 2030년까지 싱가포르 노인의 연평균 건강관리 비용은 3만7,000달러(약 4,161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