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덕에 웃는 우버, 백신에 매달리는 美주지사

입력
2021.04.13 20:00
접종 덕분에 사람들 나다니며 차량 수요 늘고
희망도 커져… 전문가 "방역과 병행돼야 효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미국의 기업과 정치인에게 구세주 노릇을 하고 있다. 백신 접종 덕에 사람들이 다시 나다니기 시작하며 다 죽어 가던 차량 공유 업체가 살아나는가 하면, 백신의 심리적 효과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주지사도 등장했다. 그러나 백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글로벌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는 12일(현지시간) “지난달 우버의 호출 수가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환호하는 건 우버뿐 아니다. 경쟁 업체인 리프트도 지난달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차량 공유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백신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들의 이동이 늘면서 자연스레 수요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코로나 탓에 경영 위기를 맞았던 우버는 백신 덕분에 기사회생하게 됐다. 지난해 67억6,000만달러(7조4,8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직원 4분의 1을 해고해야 했던 우버의 미국 상황은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은 뒤 완전히 달라졌다. 오히려 부족해진 운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2억5,000만달러(2,812억원) 규모의 보너스 지급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당장 효과가 두드러지다 보니 이를 활용해 인기를 끌어 보려는 정치적 움직임도 보인다. 백신 공급을 미시간주에 몰아 달라고 연방 정부에 요청한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州) 주지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미시간주의 확진자 수를 급격히 늘리고 있는 영국발(發)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잡을 방법은 백신뿐이라며 9일 기자회견과 11일 방송 출연을 통해 연이어 연방 정부에 백신을 우선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백신이 주는 희망 심리에 편승해 갈수록 규제를 피곤해하는 대중에 영합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미 일간 뉴욕타임스의 해석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지금 미시간주 상황에는 백신 대신 봉쇄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인 셀린 가운더 뉴욕대 의과대학 교수는 “전염이 지금 당장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백신 접종을 늘려 확산세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백신으로 면역이 형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코로나 잠복기보다 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방 정부도 같은 이유로 휘트머 주지사의 요청에 선을 그었다.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12일 “미시간주는 더 많은 백신을 요청하는 대신 봉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과 방역이 병행될 때에만 코로나 전파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로버트 갈로 미 메릴랜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방역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