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권 3수' 우파 야당 후보 택했다

입력
2021.04.12 22:30
코레아 전 대통령 낙점한 아라우스 후보 제치고
당선 확실시... 두 후보 모두 선거 결과 승복 의사


에콰도르 대선에서 대역전극이 일어났다. 3위 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결선에 올라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던 우파 성향 후보가 집권 좌파 후보를 누르고 3수 끝에 대권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승리 선언과 패배 승복 의사를 밝혀 이변이 없는 한 에콰도르의 정권 교체는 확실시된다.

11일(현지시간) 실시된 에콰도르 대선에서 우파 성향 기예르모 라소(CREO당) 후보가 압도적 1위였던 좌파 안드레스 아라우스(Unes당) 후보를 앞섰다고 에콰도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혔다. 선관위는 95.09% 개표 결과 라소 후보가 52.49%(444만6,910표)를 득표해, 47.51%(404만4,926표) 득표한 아라우스 후보를 앞서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오는 14일 최종 당선자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두 후보 모두 결과를 인정하는 모습이다. 라소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역사적인 날이다. 변화가 찾아왔다”며 “어느 때보다 열심히 노력해 모두가 원하는 나라, 모두를 위한 고용과 보건, 교육, 사회통합, 평등, 안전의 에콰도르를 만들자”고 소감을 밝혔다. 또 에콰도르 최대 상업도시 과야킬의 컨벤션 센터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공식 연설을 했다.

아라우스 후보도 패배를 인정했다. 아라우스 후보는 수도 키토에서 “다른 이상과 가치를 대변하고 싸웠지만 이제는 진보할 순간이 왔다. 선거에서 졌지만 정치적ㆍ도덕적 패배는 절대 아니다. 라소 후보에게 전화해 당선을 축하하고, 계속해서 국가 발전에 기여해나갈 민주적 신념을 보여줄 것”이라고 연설했다. 패배로 나온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선 3수 끝 대통령직에 오르게 되는 라소 후보와 정계 복귀를 노리던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소 후보는 65세의 은행원 출신으로, 두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제 45대 에콰도르 대통령 당선을 목전에 두게 됐다. 2013년 출마 당시에는 3선에 도전한 코레아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고, 2017년에는 코레아 정부 내각·부통령 출신 레닌 모레노 현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코레아 전 대통령은 아라우스를 후보로 직접 낙점하면서 영향력 확대를 꾀했지만 아라우스 후보가 패배하면서 그 꿈을 접게 됐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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