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척 영국인이 인정해 의미"... 윤여정 재치어린 소감

입력
2021.04.1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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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우 최초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안녕하세요 영국, 저는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 후보에 올라 매우 영광입니다. 아니, 이제 후보가 아니네요.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이번엔 특히 ‘고상한 체 한다(Snobbish)’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배우 윤여정(74)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영화(BAFTA)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오스카 수상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윤여정은 11일 오후(현지시간) 열린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비대면 형식으로 열린 제74회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화상으로 수상 소감을 밝히며 "에든버러 공작(필립 공)의 별세에 애도의 마음을 보낸다"고 했다. "고상한 척"이라는 표현이 웃음을 부르기도 했다. 윤여정은 재미동포 2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에서 딸 가족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이날 수상으로 윤여정은 오스카 승기를 더욱 굳혔다. 영국 아카데미상은 영국텔레비전예술아카데미(BAFTA)가 주최하는 영국 내 최고 영화상이다. 주로 영미권 영화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오스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힌다. 2018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8)가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기생충’(2019)이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니암 알가르(종말),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도미니크 피시백(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애쉴리 메더퀴(카운티 라인스)와 경쟁해 트로피를 안았다. 윤여정은 영국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영미권 배우상 트로피만 37개를 품었다.

앞서 윤여정은 지난 5일 열린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여주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SAG상은 ‘오스카 바로미터’로 꼽힌다. 지난 10년간 SAG상 여우조연상 수상자 중 9명이 오스카 트로피까지 가져갔다. 윤여정은 25일 열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와 여우조연상을 두고 경쟁한다. ‘미나리’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미나리’는 감독상과 남우조연상(앨런 김), 외국어영화상, 음악상, 캐스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여우조연상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미나리’의 가장 강력한 맞수로 꼽히는 ‘노매드랜드’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4개 부문을 수상해 오스카 왕좌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