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9일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하고 이상직 의원(무소속)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잠시 보류했던 검찰이 선거 직후 가속도를 붙인 모양새다. 검찰은 ‘청와대발(發) 기획사정 수사’ 등 정권이 불편해할 만한 다수의 사건을 손에 쥐고 있어, 당분간 정치권과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에 서게 될 이진석 실장과 이상직 의원은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라는 점에서 정치권과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국정상황실장에 발탁된 이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복심(腹心)'인 윤건영 의원의 후임으로 낙점받았을 만큼 청와대 핵심 인사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정부의 각종 현안을 파악하는 관제탑 역할을 하면서 문 대통령 최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 역시 지난해 9월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로 탈당하기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검찰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두 사람에 대한 사법처리가 여권을 향한 수사 신호탄으로 해석될 정도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중앙지검의 기획사정 의혹 수사는 가장 큰 관심거리다. 여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할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 때문이다. 청와대는 수사 대상자인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관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의 종착지는 결국 청와대가 될 것으로 보여 극한 갈등이 예상된다.
이광철 비서관은 수원지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도 연루돼 있다.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었던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이 비서관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이 비서관이 문제가 될 경우 '종으로, 횡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어 정치권은 검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7 재보선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사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선거가 마무리됐으니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주문한 만큼 의외의 인물이 수사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관계 로비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차기 검찰총장 임명 전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발빠른 움직임에 청와대와 여권은 일단 숨을 죽이고 있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수사가 진행된다고 판단되면 적극 대응할 기세다. 청와대는 이진석 실장 기소와 관련해 “코로나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감”이라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사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일부 검사들이 여당의 재보선 패배를 수사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면 '정치 검찰'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