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엄중한 질책" ...세 문장으로 선거 결과 반성한 文

입력
2021.04.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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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세 문장의 반성문을 냈다. 조만간 개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예고된 수순이라는 점에서 인적 쇄신 효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총선 이후 불과 1년 만에 정권에 등을 돌린 20·30대와 중도층 지지 회복을 위해선 국정 운영 기조와 정책 수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해 총선과 달리 세 문장짜리 입장문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입니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습니다"라며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재·보선 결과에 대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 앞으로의 태도, 청와대의 할 일을 세 문장으로 압축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이후 내놓은 다소 긴 입장문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다만 '질책' '무거운 책임감' 등을 강조한 것에서 민심의 급격한 이반에 대한 청와대의 위기감이 묻어났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부족했다. 신뢰를 얻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예정된 개각... '인적 쇄신' 효과는 물음표

문 대통령은 민심 수습을 위한 첫 번째 카드로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다음 주 이란 출장을 다녀온 후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며 "쇄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개각 폭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패로 끝난 선거 정국에서 서둘러 탈출하겠다는 의도지만, 인사청문회를 감안하면 검증을 무사히 통과할 '무난한 후보'가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 총리를 포함한 개각 대상들은 재·보선 이전부터 개각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그만큼 과감한 '인적 쇄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골수 지지층만으로 내년 대선을 치를 수는 없지 않으냐"라며 "대통령 참모진의 사퇴로 '청와대도 달라지겠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청와대 참모진 교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86% "국정 운영 방향 수정해야"

이번 선거 결과가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한 평가'였던 만큼 국정 운영 기조와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들의 불만이 크고 신뢰를 잃었던 부분을 수술하는 것이 근원적 해법이라는 것이다. 민생보다 검찰개혁 등 이념·정치적 사안에 매몰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5~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국정 운영 방향이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80%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책 기조 변화와 관련해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흔들림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사실상 국정 운영 기조를 당장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책을 급선회할 경우 국정 운영 실패를 자인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