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8.4%로 전망했다.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자화자찬할 법도 하건만 중국의 반응이 예전과는 다르다. 미국을 향해 딴지를 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불만 때문이다.
IMF는 6일(현지시간) “세계 경제는 기대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며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8.4%로 상향 조정했다. 두 달 전 전망치에서 0.3%포인트 올린 것이다. 미국도 호조를 보였다. 성장률이 당초 5.1%에서 6.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주요 2개국(G2)과 다른 국가들의 경제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미국의 경제성장 요인으로 빠른 백신 접종과 대규모 경기부양을 꼽았다. 그러자 중국이 트집을 잡았다. 미국이 백신을 독점해 개발도상국과 백신을 공유하길 거부하면서 국제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중국 환구시보는 8일 “자국민 백신 접종에만 신경 쓰는 건 대국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외쳐 온 인권의 가치는 패권을 유지하려는 무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6일 기준 백신 누적 접종자 수는 미국 1억6,800만 회, 중국 1억4,400만 회로 큰 차이가 없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은 백신을 정치화하거나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반대한다”며 미국을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통화에서 “독일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백신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배분을 촉진하고 개도국이 백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추진해온 백신 외교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중국과 독일, 중국과 유럽이 협력을 강화하면 의미 있는 큰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한 셈이다. 중국이 지난해 유럽연합(EU)과 체결한 포괄적 투자협정(CAI) 비준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담겼다. 미국이 동맹회복을 외치며 유럽 우방국과 결속을 강화해 대중 봉쇄의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인적 교류와 코로나19 방역, 백신의 공평한 배분 등에 대해 중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왕이웨이(王義桅) 런민대 유럽문제연구소장은 “양 정상 모두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거론했다”며 “EU는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대중 정책에 대한 내부 이견을 적절히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