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혈전(피가 응고된 덩어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외에선 개인의견이라곤 하지만 유럽의약품청(EMA) 고위 관계자가 "AZ와 혈전 간 인과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AZ 백신 접종 뒤 혈전 진단을 받은 20대 여성 사례가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백신이 주로 AZ 백신인 데다, 당장 8일 초중고 보건교사를 시작으로 성인에 대한 접종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우리도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7일 20대 여성의 혈전 발생 사실을 공개했다. 의료기관 종사자로서 지난달 17일 AZ 백신을 접종한 이 여성은 5일 병원에서 혈전증 진단을 받았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백신 접종 뒤 평상시에는 어렵지 않은 활동을 할 때 숨찬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고, 며칠 뒤엔 다리가 붓는 '하지 부종' 증상이 나타났다"며 "우선 기저질환 여부 등 조사를 진행 중"이라 말했다. AZ 백신 접종 뒤 혈전증 신고 사례는 3번째다.
AZ 백신 혈전 논란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영국은 3일 기준 AZ 백신 접종자 1,800여만 명 중 30명에게 혈전이 발생했고,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의약품 규제 기관인 유럽의약품청(EMA)은 AZ 백신과 혈전증 간의 관련성을 검토, 그 결과를 7∼8일(현지시간) 내놓는다.
분위기는 AZ 백신에 불리하다. EMA는 이미 지난달 18일 "AZ 백신과 혈전은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혈전 사례가 계속 쌓이자 재검토에 나선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성인에 대한 AZ 백신 접종 제한 검토에 나섰다. 거기다 EMA 백신 전략 담당자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Z 백신과 혈전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방역당국은 "EMA의 검토 결과가 나오면 이에 대한 혈전, 백신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관련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EMA가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 우리의 백신 접종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2분기 접종 계획을 보면 접종 대상자 1,150만 명 중 770만 명은 AZ 백신을, 380만 명은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물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AZ 백신 접종 비중이 절대적이다. 거기에다 2분기 접종 대상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1·2학년 교직원이나 돌봄인력 등의 성인들이 포함돼 있다. 물량도 적은데 접종 대상까지 줄이면 접종계획 전반이 일그러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접종 중단까지는 아니더라도 혈전이 주로 발생하는 성인에 대한 접종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해외 정보와 국내 상황을 바탕으로 위험과 이익을 판단해보고 위험이 크다면 접종연령 제한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