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급 확대" 시장 맞은 서울, 로켓 집값도 방향 틀까

입력
2021.04.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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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7인의 서울 집값 전망
민간 주도 시 상승 압박, 지역별 순차 공급 관건
대기물량 확대로 전세시장 한동안 불안정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며 서울 부동산 시장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민간주도 공급확대'를 전면에 내세워 10년 만에 시장 자리를 되찾은 오 시장에겐 당장 서울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주도 공급의 성격상 초기 집값 상승과 그로 인한 전셋값 인상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오 시장이 장기전세주택으로 전세시장 안정을 꾀하겠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게 문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시장 임기)이 1년 남짓이란 것도 불안 요인이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시 집값 상승 불가피

오 시장이 공약한 '민간주도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정책에 대해 8일 전문가들은 "한동안 인근 지역 집값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낙후한 지역의 노후 주택이 새 주택으로 탈바꿈하는 만큼 가치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도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민간의 활력을 이용하려고 하면 처음엔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집값 상승이 부분적이고 단기적으로 끝날 것인지, 서울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확대될지에 대해선 전문가 의견이 갈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신속한 공급 확대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주면 기대 심리 때문에 전반적인 시장은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을 보면 어차피 이제부터는 집값이 떨어질 시점"이라며 "이미 부동산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전체 시장을 자극하려고 해도 그 수요를 받쳐줄 소비자층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서울 전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은 집값이 오를 때 공급을 늘리려 한다"며 "오 시장의 기대처럼 집값이 안정되면 공급은 되레 멈출 것이기 때문에 공급확대로 인한 집값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인 백인길 대진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급확대로 시장이 안정된다고 해도 '고가에서 머무는 안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집값 하락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공급 물량을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가 몰린 강남권이 아니라 비교적 선호가 덜한 강북권 위주로 재개발⸱재건축을 풀어주면서 공급 분위기를 만들면 집값 상승이 번져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기물량 증가로 전세시장 불안… 장기전세주택 모델은 지속 어려워

전세시장은 전문가 다수가 한동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에 대한 기대심리로 대기물량이 늘고 재개발⸱재건축 구역 주민이 한동안 전세로 빠지게 되면 전세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임재만 교수는 "재건축이 승인되면 대개 살던 곳 주변에서 전셋집을 구하려고 해 재건축 규모가 클수록 인근 전셋값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이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민간토지임차형 장기전세주택인 '상생주택'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전세주택은 공공이 민간토지를 빌려 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라 고질적인 적자 문제가 지적됐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지자체가 토지임대료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해 지속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짚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도 "공공은 공공이 소유한 부동산을 기반으로 공공영구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