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생태탕 가족·부동산 내로남불...보선 5대 신스틸러

입력
2021.04.07 10:00

4ㆍ7 재·보궐 선거가 마지막 하이라이트, 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 제1, 2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뽑는 선거인 동시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미니 대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정권 수호론'과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숨가쁘게 달려왔다. 결정적 장면 5가지를 꼽아 봤다.

①들끓는 부동산 민심에 기름 부은 LH사태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 2일 참여연대 등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ㆍ현직 직원들이 경기 광명ㆍ시흥 3기 신도시 지구에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사들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파장은 일파만파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등 3기 신도시 관계자ㆍ가족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했고, 4일엔 정부합동조사단이 꾸려졌다.

집값·전셋값 폭등으로 인한 분노가 끓고 있던 터에,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투기가 횡행했을 가능성을 가리키는 의혹이 더해져 불을 질렀다. △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는 문 대통령의 사과(3월 16일)와 △전체 공직자로 재산 신고 대상 확대 결정(3월 29일) 등 정부가 쏟아낸 수습책에 민심이 얼마나 누그러졌을지가 이번 선거의 중대 변수다.

민주당은 분노한 민심을 제대로 달래진 못했다. 특검과 국정조사, 국회의원 전수조사 등 백가쟁명식 해법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렸지만, 실행이 결정된 것은 없다. 국민의힘이 비협조적이었다 해도 최종 책임은 민주당을 향할 수밖에 없다.

②압도적이던 여권 단일화, 치열했던 야권 단일화


서울시장 선거에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해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쳤다.

여권 후보 단일화는 상대적으로 순탄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월 1일 당내 경선에서 우상호 의원을 꺾었다. 86그룹의 지지를 받은 우 의원을 득표율 69.56%대 30.44% 차이로 따돌린, 기세 좋은 출발이었다. 같은 달 17일엔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의 범여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했다.

레이스 초기 압도적 인물이 없었던 야권 단일화는 보다 치열했다. 이변도 잇달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3월 4일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혼전을 벌인 끝에 승리했다. 경선 초반 열세였던 판세를 뒤집은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범보수 진영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선언해 선두에 있었지만, 오 후보는 안 대표도 연달아 눌렀다. 안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는 한때 파기 위기를 겪기도 했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극심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를 다소 거칠게 저격하는 바람에 아슬아슬한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다.

③김상조·박주민의 전·월세 '내로남불'


선거 열흘 전인 3월 28일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 내로남불'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김 전 실장이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청남동 아파트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임대료 14.1%(1억 2,000만 원)를 올려 받는 계약을 갱신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하는 전ㆍ월세 인상 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해당 법의 입법을 주도한 김 전 실장이 법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김 전 실장을 경질했다. 문 대통령이 문책성 인사를 '티 나게'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불똥은 정치권까지 튀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월세 내로남불'이 터진 것. 같은 법안의 국회 통과를 한 달 앞두고 박 의원이 서울 중구 신당동 아파트 임대를 새로 주면서 임대료를 9%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박 의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데다, '정의의 아이콘'이었던 탓에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박 의원은 '5% 룰'을 지키는 임대 계약을 같은 세입자와 다시 맺는 것으로 민심 앞에 허리를 숙였다.

④‘내곡동’ ‘도쿄아파트’ 네거티브 선거전과 막말 논란


공식 선거운동은 3월 25일 시작됐다. 여야 지도부 모두 막말 경계령을 내렸지만, 선거는 극심한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졌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특혜’ 논란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었다. “오세훈, 지금 떨리나. 그래서 약 치고 있나.”(정청래 의원, 3월 29일 SNS 글)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입니까 아닙니까.”(윤호중 의원, 3월 27일 유세 현장에서) 등 막말에 가까운 공격이 잇달았다.

선거 막판 민주당은 '내곡동 땅을 몰랐다'는 오 후보의 주장을 깨부수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번 선거의 가장 논쟁적 단어가 된 '생태탕'이다. 내곡동 땅 인근에서 생태탕집을 운영하는 가족이 '오 후보가 내곡동 땅에 왔었다'고 증언했는데, 이를 두고 치열한 진위 공방이 벌어졌다. '이번 선거엔 정책도 인물도 없고, 오직 생태탕만 있었다'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박영선 후보 배우자가 일본 도쿄에 아파트를 보유한 것에 '친일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박 후보를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라고 불러 비판을 샀다.

박영선ㆍ오세훈 후보도 그다지 점잖은 선거를 하진 않았다. 이달 5일 마지막 TV토론에선 거친 말이 수도 없이 오갔다. 박 후보는 “거짓말쟁이 후보가 시장이 되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이 없다”고 했고, 오 후보는 "박영선 후보가 거짓말의 본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영선 후보의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라며 서로를 헐뜯었다.

⑤재보선 사상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 3일 진행된 이번 재보궐 선거의 사전 투표율은 20.54%였다. 사전 투표가 도입된 이래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의 사전 투표율은 21.95%, 부산은 18.65%로 집계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 민주당은 “샤이 진보(여론조사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진보 지지층)가 투표장으로 몰린 결과”라고 자평했고,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전 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사전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가 유리하다’는 통설이 있었지만, 이번엔 대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137만2,720명이었고, 여당 지지세가 강한 ‘서남벨트’(강서ㆍ구로ㆍ영등포ㆍ금천구)에서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는 141만1,823명으로 집계됐으나, 유의미한 변인을 추출하긴 어렵다.

김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