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도, 외국인도 없다" 호텔업계는 365일 행사 중

입력
2021.04.06 15:32
지난해 주요 호텔 객실 매출 반토막
'쪼개기 여행' 내국인 호캉스족이 살길
"프로모션·이색 콘텐츠 끊임없이 발굴"

호텔업계의 마케팅 공식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이상 휴가철 성수기나 외국인 관광객에 기댈 수 없는 현실에 새로운 수요층이 절실해졌다. 내국인 대상 문턱 낮추기와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 중심의 수요자 시선에 맞춘 아이디어 상품이 연례행사처럼 끊임없이 나오는 배경이다.

외국인 끊기니 객실 매출 절반 감소

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대기업 계열 호텔의 지난해 객실 매출은 3,611억 원으로 전년(6,990억 원)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외국인 투숙객 감소 영향이 컸다. 뚝 끊긴 외국인의 발길은 국내 면세점 매출 추이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올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687억 원으로 1월보다 15.5% 감소했는데, 외국인 매출(1조1,137억 원)이 17.2% 급감한 탓이다. 2월 외국인 면세점 방문객 수는 4만4,044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치다.

객실을 채워야 하는 호텔들은 내국인 호캉스족 유치가 급해졌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져 휴가철 장박보다 시간을 쪼개 여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진 건 긍정적인 요소다. 성수기 위주의 프로모션보다 특정 시간 할인 판매하는 타임세일, 서울 나들이 콘셉트의 숙박상품 출시, 독서나 영화 등 콘텐츠 특화 서비스 접목 등이 연중 진행되는 이유다.

반짝 세일에 콘셉트 경쟁도 봇물

최근 객실 88실을 새단장한 롯데호텔 제주는 회원을 대상으로 타임세일을 오는 11일까지 실시한다. 보통 롯데호텔 1박 비용은 50만 원 안팎이지만 이번 행사에선 가격이 29만2,000원부터 시작한다. 타임세일 기간에 예약하면 5월 1일~9월 30일 중 원하는 기간을 선택해 투숙할 수 있다.

호텔 검색 플랫폼 호텔스컴바인은 도심 나들이 관련 상품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낙산공원 등 근처에 산책로가 있고 고궁의 고즈넉함을 즐길 수 있는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홍대 거리의 복합문화공간과 가까운 라이즈 호텔 등이 대표 상품이다.

신라스테이는 영화, 독서, 드라마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새롭게 꾸민 공간 '라운지 1705'를 운영 중이다. 교보문고가 추천한 도서와 종이책 및 전자책 리더기 등이 제공돼 서재 느낌을 풍기면서도 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와 빔프로젝터, 무료 미니바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주요 특급호텔들은 이른바 '호텔에서 한 달 살기' 상품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중심으로 조금씩 여행 수요가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유명 관광지의 최고급 호텔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전체적인 객실 단가는 떨어지고 있다"며 "이색 패키지 상품을 계속 개발해 내국인 수요를 최대한 선점하는 게 현재로선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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