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한강 하구에 유해생물인 끈벌레가 출몰해 어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어민들은 고양시가 수억원을 주고 진행한 ‘한강 끈벌레 관련 연구 용역’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일 경기 고양시 행주어촌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쯤부터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와 김포(신곡) 수중보 사이에 설치한 뱀장어 치어 포획용 그물에 다량의 끈벌레가 걸려 나오고 있다. 그물 1개당 적을 때는 5㎏, 많을 때는 10㎏씩 잡히고 있다. 어민 20여명은 하루에 많게는 800㎏ 넘게 나오는 끈벌레 탓에 조업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홍석 행주어촌계 어민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끈벌레가 더 많이 걸려 나오고 있다”며 “실뱀장어는 물론 잡고기까지 끈벌레와 뒤엉켜 죽어 나가 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끈 형태의 바닷속 유해 생물로 알려진 끈벌레는 2013년 봄 한강 하구에 출몰, 국내에 처음 보고됐다. 어민들은 끈벌레 출몰 후 실뱀장어 어획량이 10분의 1로 줄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어민들은 10년 가까이 끈벌레 출몰이 계속되자, 고양시가 2016년 5억원을 주고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한강끈벌레의 발생원인 연구 용역’을 문제 삼고 있다. 끈벌레 발생 원인 규명이 부실한데다 퇴치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2018년 11월 결과 보고서에서 한강하구 끈벌레 발생원인과 관련, ‘염분도(소금농도 12%) 증감’을 요인으로 꼽았고, 어촌계의 주 소득원인 실뱀장어 생산량 감소에 대해선 “최근 몇 년 새 끈벌레가 급증하면서 스트레스 등으로 실뱀장어가 대량 폐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어민들은 “같은 기수역(강물과 해수가 섞이는 수역)이 있는 낙동강, 영산강 등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한강 하구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한강에 왜 갑자기 끈벌레가 출몰했는지, 원인규명도 없다”고 부실 용역 의혹을 제기했다.
심화식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 위원장은 “5억원이나 들인 한 끈벌레 발생원인 및 퇴치 방법에 대한 연구용역이 결과적으로 하나마나 한 조사가 됐다”며 “서울시 분뇨와 하수를 처리하는 난지ㆍ서남 물재생센터 등의 오염수 방류 후 끈벌레가 출현하고 있다는 의혹부터 철저하게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재조사를 촉구했다.
고양시는 “한강은 국가하천이라, 환경부에서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사항으로 시 차원에선 추가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고 환경부는 "끈벌레는 염도와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금강이나 섬진강 등에서도 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