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ㆍ토론토)이 2021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천적'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호투하며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류현진은 2일 미국 뉴욕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 5.1이닝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해 팀의 3-2 승리를 견인했다.
한국인 최초로 3년 연속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 류현진은 섭씨 6도의 쌀쌀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부는 여건에도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양키스 강타선을 요리했다.
상대 선발 게릿 콜이 아메리칸 사이영상 후보 1순위답게 160㎞ 포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5.1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냈는데, 류현진도 절대 뒤지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활용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체인지업으로 속도 조절을 하면서 최고 구속 148㎞의 직구를 뿌렸다. 콜은 총 97개를 던져 13번의 헛스윙을 이끈 반면 류현진은 총 투구수 92개에 12번의 헛스윙을 유도해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미국 스포츠매체 SB네이션은 “사이영상 톱4 중 2명이 대조적인 투구 스타일로 에이스 대결을 펼쳤다”며 “콜은 힘으로, 류현진의 정교한 기교로 맞섰다. 류현진은 굉장히 훌륭했다”고 평했다.
류현진은 1회 첫 타자 DJ 르메이휴를 1루 땅볼로 잡은 후, 강타자 애런 저지와 애런 힉스를 잇따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저지에게 145㎞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고 나서 129㎞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한 뒤 직구와 비슷한 궤적의 커터로 파울을 만들었다. 저지의 머릿속에는 체인지업이 그려진 상태였다. 류현진은 이 순간 146㎞ 포심을 던졌고, 타이밍을 놓친 저지의 배트는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온 후에 허공을 갈랐다. 토론토 타선도 콜에게 연속 3안타를 뽑아내며 선취점을 내 류현진에게 힘을 보탰다.
류현진은 2회에도 첫 타자인 4번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내야 플라이로 잡아냈다. 이어 글레이버 토레스에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했지만 지오 어셸라를 삼진 처리했다. 어셸라 역시 127㎞ 체인지업을 본 후 145㎞ 포심을 들어오자 배트가 늦는 모습이었다. MLB닷컴은 “체인지업에 타자들이 익숙해져 140㎞ 중반대 포심이 150㎞ 중후반으로 빠르게 보였을 것”이라며 “타자를 제압하는 데 있어 꼭 강속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 게리 산체스에게 일격을 당했다. 초구로 147㎞ 포심패스트볼을 던지다 좌월 투런포를 허용했다. 가운데로 몰린 실투에 가까운 공이었다. 류현진이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팀 타선이 선취점을 뽑았는데 그 이닝에 역전 점수를 내줬다.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이후 안정을 되찾은 류현진은 2-2로 맞선 6회 1사 후 마운드를 내려갔고, 팀은 연장 승부치기 끝에 승리했다. 토론토 지역지 토론토 선은 “좌완 류현진의 견고한 출발이 승리의 발판”이라고 전했다.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으로 양키스 강타선을 제압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날 류현진은 체인지업 33개(36%), 컷 패스트볼 26개(28%), 직구 25개(27%), 커브 7개(8%), 슬라이더 1개(1%)를 던지면서도 볼넷을 1개만 허용할 정도로 제구가 좋았다.
류현진은 경기 후 “실점한 순간을 빼면 괜찮았다. 공 92개를 던졌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은)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공 80, 90개를 던지면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지난해보다 생산력이 있었다”고 구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양키스와의 악연도 완전히 끊어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4차례 대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6.04로 부진했지만 지난해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25일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하면서 얻은 자신감을 이어갔다. 토론토은 올 시즌 19번이나 양키스와 대결해야 해, 류현진의 호투는 고무적이다.
이날 승리로 개인 통산 100승 고지에 오른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훈련한 내용이 개막전에서 성공으로 이어졌다”면서 “훈련을 시작하면서 선수들에게 열심히 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고 했다. 첫 경기에서 그 결과가 나왔다”고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