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사고 위험이 있는 반도체 생산설비에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근로자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하이닉스 임직원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하이닉스 상무 김모씨 등 3명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설비 부문 책임자 한모씨 등 3명도 원심의 벌금 300만원형을 모두 확정받았다. SK하이닉스 법인은 벌금 500만원, 도급업체는 벌금 1,000만원이 각각 확정됐다.
지난 2015년 4월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생산시설 건설 공사 과정에서 설비 시험가동 중 도급업체 근로자 3명이 질식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시설은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유기화합물을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질소와 탄산가스 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근로자가 작업 중일 땐 적정 산소노도를 측정하거나 산소결핍 우려 시 직원들을 대피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측은 이 같은 조건을 갖추지 않은 채 설비 점검을 일정보다 앞당겨 강행한 탓에 근로자 3명이 산소결핍으로 숨지게 됐던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재판 과정에서 "설비 공사 대부분을 도급업체에 맡겼으므로, (우리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사고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안았다. 재판부는 "SK하이닉스 측은 이 사건 건설 공사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이를 조율했음은 물론, 안전보건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까지 했다"면서 SK하이닉스 측에 형사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SK하이닉스 측이 현장에서 직접 주간공정회의, 안전관리협의체를 운영하면서 도급업체의 안전관리 상황을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했고, 해당 설비 설치공사 현장에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SK하이닉스에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사업 일부가 아닌 전부에 대해 도급을 주지 않는 이상, 동일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공사나 공정의 일부를 직접 담당하는 사업주는 '산업재해예방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했던 기존 대법원 판례가 근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