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 만에 1600만 원으로 뚝딱... '번갯불 콩볶듯' 국제결혼쇼핑

입력
2021.04.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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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A(48)씨. A씨가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신부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은 딱 나흘. 맞선을 본 다음 날 예식장을 예약했고, 결혼식은 이틀 뒤 신부 측 식구들이 참석한 가운데 약식으로 치렀다. 신혼여행은 하노이에서 가까운 하롱베이로 떠났다. 신혼여행 마지막 날 신부 집에 들러 인사하고 그날 밤 비행기로 귀국했다.

B(50)씨가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는 데는 딱 하루가 걸렸다. 베트남으로 건너가자마자 "출국 날짜가 정해져 있으니 만나면 하루 이틀 안에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맞선을 보자마자 통역하는 사람과 함께 신부 집에 가서 장인 장모 허락을 받고 다음 날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은 근교로 떠나 당일치기로 끝냈다. 첫 만남부터 신혼여행까지, 단 나흘이었다.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의 경우 만남에서 결혼식까지 평균 5.7일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방식'인 것이다.

1일 여성가족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3년에 한 번 이뤄지는 이 조사는 국가 공식 통계로, 국제결혼중개업체 379곳과 이를 통해 결혼한 한국인 배우자 3,331명, 외국인 배우자 864명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우선 국제결혼중개업을 이용하는 한국 사람의 연령대는 40세 이상이 81.9%로 압도적이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200만 원대'가 41%로 가장 많았다. 199만 원 이하는 12.6%로, 이전조사의 20.7%보다 8.1%포인트 감소했다.

이들이 국제결혼업체에 지급하는 중개수수료는 평균 1,371만8,000원이었다. 예단비와 결혼식 비용 등 추가로 낸 비용은 평균 279만3,000원이었다. 국제결혼에 보통 1,600만 원 정도를 들이는 셈이다.

상대를 만나는 방식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명과 일 대 일 만남’이 52.2%로 나타났다. ‘충분한 시간 동안 1명만 만났다'는 응답은 39.3%에 그쳤다. 인권침해적이라는 이유로 결혼중개업법에서 금지한 '일 대 다수' 만남, '다수 대 다수' 만남은 각각 7.5%와 1.0%로 3년 전에 비해 소폭(2.5%포인트, 0.7%포인트) 감소했다.

맞선부터 결혼식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일로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맞선 당일 바로 결혼식을 한 경우는 1.2%, 맞선 다음 날은 13.9%였다. 결혼까지 걸린 기간이 8일 이상인 경우는 38.7%로 이전 조사(19.2%)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여성가족부는 “맞선부터 결혼까지 5.7일은 상호 신뢰가 형성되기에 너무 짧은 기간”이라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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