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꺾였지만..."변수는 시장 보궐선거"

입력
2021.04.02 00:00

지난달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보유세 과세기준일(6월 1일)이 가까워진 데다 이른바 '패닉바잉'(공황 매수)을 이끌었던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월세 가격도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며 상승폭이 감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의 신호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주장한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9% 올랐다. 이는 2월 상승률보다 0.1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도 1.31%에서 1.07%로 상승폭이 축소됐다.

상승률이 줄어들자 부동산 시장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2·4 공급대책 발표에 따른 중장기 시장안정 전망 확대와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감, 미국 국채금리 및 시중금리 인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보유세 부담과 30대 이하 수요 감소도 매수세 감소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매수세는 최근 진정세를 띠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5.5로, 직전 달보다 7.9포인트 줄었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매수자(수요)가 많고, 적으면 매도자(공급)가 많다는 의미다. 감소했다는 건 그만큼 시장에서 매수자가 줄었다는 뜻이다. 통상 3월은 매수세가 줄어드는 시기지만 감소폭은 예년보다 크다.

30대 이하의 패닉바잉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매매된 서울 아파트 중 40.1%(2,181가구)를 30대 이하가 매수했다. 1월보다 4.6%포인트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에도 2030세대의 아파트 매수가 줄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자신하고 있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전날 "2·4 공급대책 이후 주택시장 주요 지표들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매매 및 전세시장에서 매물이 증가하고 실거래가 하락 사례도 나오고 있으며, 수급 상황도 매수자 우위로 전환되는 등 불안 심리가 점차 진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의 분석은 다소 다르다. 매물이 증가하고 있긴 하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바뀔 것이라는 심리가 크다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여야 서울시장 후보 모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이곳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3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관련 상담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아파트 수요가 다른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지난해 4분기 대비 0.22% 올랐다. 상승률은 전분기보다 0.21%포인트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전반적인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대체재인 중대형 면적 오피스텔로 수요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집값 하락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시장이 일시적으로 달라질 수는 있으나, 과거에도 그랬듯 선거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본격 조정이나 추세적 하락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전·월셋값도 상승폭이 꺾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월 대비 0.73% 오르며 상승률이 0.31%포인트 줄었다. 준전세와 준월세 등을 포함한 월세통합지수도 같은 기간 0.21%에서 0.15%로 감소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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