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방치한 공무원 물러나라" 시민단체, 규탄 기자회견

입력
2021.04.01 18:20
영덕참여시민연대 등 4개 단체, 군청서 항의시위
"담당공무원 방임으로 장애인 실종 반복돼" 비판
발달장애인 내보낸 시설 재단은 비리로 '말썽'
시민단체 "영덕군, 지도감독 태만...사태 키웠다"

경북 영덕에서 거주하던 발달장애인이 인천의 한 거리에서 집단 폭행당한 뒤 발견된 사건(본보 1일자 12면) 관련, 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사태를 촉발한 영덕군을 규탄했다.

영덕참여시민연대 등 4개 단체는 1일 오전 영덕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달장애인을 돌봐야 할 영덕군의 방임으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3년간 생활했던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온 지 80여 일 만에 300㎞나 떨어진 인천에서 집단 구타를 당한 채 발견됐다.

이들은 이어 "폭행 피해를 본 발달장애인을 지역사회로 내보낸 장애인거주시설 역시 보조금 횡령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던 K사회복지재단(K재단)의 산하 시설"이라며 "영덕군의 지도감독 태만과 봐주기 행정 때문에 재단은 물론 산하 요양시설과 장애인시설에서 비리와 인권유린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K재단은 2018년 10월 경북도 감사에서 정부 보조금을 횡령했고, 이에 따라 부과된 과징금 2억2,000만 원을 치매노인을 돌보는데 써야 할 요양시설 운영비로 납부해 말썽이 됐다. 더구나 영덕군은 경북도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통보받고도, K재단에 "운영비를 다시 채워 넣으라"는 계고장만 세 차례 보냈다. 이후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봐주기 행정"이라며 비판을 제기하고서야 지난해 1월 재단이사장을 영덕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날 이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을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4일에는 영덕군 공무원들이 K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에서 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북도 산하기관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을 막아 논란이 일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영덕참여시민연대는 "K재단에서 인권유린과 비리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영덕군은 철저한 관리감독은커녕 오히려 재단을 비호하고 있다"며 "영덕군은 범죄시설을 옹호하는 공무원을 즉각 해임하고, 발달장애인을 방치한 공무원도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지역사회에서 해당 복지재단과 관할 지자체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영덕 S장애인거주시설의 전 시설장 K씨는 이날 본보에 '발달장애인 퇴소에 관한 입장문'을 보내왔다. 입장문에서 그는 "해당 장애인의 요구대로 퇴소시키지 않았다면 심각한 인권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퇴소절차를 밟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폭행을 당한 발달장애인의 인지능력이 5세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일반계 고등학교를 나온 데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장애가 심하지 않다"며 "퇴소 후 성공적인 자립 지원을 위해 매주 방문하고 전화를 통해 해당 장애인의 생활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한 발달장애인 A(22)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1,000여만원을 모두 빼앗긴 것은 물론, 인천 등지에서 거리 청년들에게 감금돼 집단폭행을 당하는 등 만신창이가 돼 돌아왔다. 그 사이 자신의 명의가 도용돼 수백만원이 불법 대출됐고, 3대의 휴대폰도 개통됐다.

영덕= 김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