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SOC 분야에서 체감형 공공사업 시행을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돼 관련 업계는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ITS(지능형교통체계) 혁신기술 공모사업’이라는 유례 없는 공공사업 발주방식을 시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제안자의 자격과 기업 규모 등을 따지지 않고 사업 제안 기회를 부여해 국도 도로교통 부문 ITS에 혁신적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기획됐다.
일반적으로 공공사업은 국가계약법을 기반으로 수요기관에서 물품 또는 공사 목적물을 설계 후 정해진 요구 규격과 물량을 바탕으로 입찰계획을 수립하고, 낙찰자를 선정해 사업을 시행한다. 즉, 사전 설계를 통해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정해진 규격대로 안정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방식은 사업 기획을 통한 설계 후 발주까지 이어지기 위해서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재나 제품을 기초로 단가와 물량을 확정해 전체 설계금액을 산출해야 하며, 이후 계약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일련의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와 같은 제도적 틀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은 혁신기술의 도입을 위한 제안은 물론 사업진행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간의 원활한 투입을 저해하고 사업예산을 집행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문제가 상존한다.
국토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지능형교통체계협회를 '도로교통분야 ITS 혁신기술 공모사업 사업관리 전담기관'으로 지정하고, 사업 참가자격 등 기존 틀에서 따져야만 했던 조건들을 완화함과 동시에 아이디어와 서비스 실효성에 초점을 두고 제안서를 접수 및 평가토록 했다.
보수적 시각에서는 공공재원이 투입됨에도 불구, 완전히 개방된 공모방식이 무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나 국토부는 이를 2단계 제안 공모 방식으로 해소했다. 먼저 제안의 참신성과 파급효과를 중심으로 후보군을 압축(1단계)하고, 여기서 선정된 아이디어에 대해 상세화된 제안서를 접수해 사업 시행 능력과 서비스 실현 가능성을 평가(2단계)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지난 2월 말 1단계 제안에 대한 접수‧평가를 진행했다. 개인과 사업자, 학계를 포함해 총 57개 참가의향서가 접수됐고, 이 중에는 공공발주 방식에서 착안할 수 없었던 참신한 아이템들이 다수 제안됐다고 한다. 민간 주도의 혁신기술 공모사업으로서 첫 단추를 잘 끼운 파격 발주방식으로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ITS 혁신기술 공모사업과 같은 개방형 공모형태의 공공사업발주 방식이 일회성 사업이 아닌 연속성 있는 사업이 되길 바라며, 향후 다른 분야에서도 적용되길 희망한다. 효율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