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 정원섭씨 별세

입력
2021.03.29 15:06
23면
파출소장 딸 강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 받고 15년 복역
과거사위에서 "허위자백으로 조작된 사건" 재심 권고
무죄판결 받았지만 국가 상대 배상은 끝내 못 받아

영화 '7번방의 선물'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자 1972년 춘천 파출소장 초등학생 딸 살인범으로 몰려 15년여간 옥고를 치른 뒤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정원섭씨가 지난 28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1972년 9월 강원 춘천시에서 파출소장의 딸(당시 9세)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강간치사)로 기소돼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하다가 1987년 12월 가석방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는 2007년 12월 이 사건이 고문 및 가혹행위를 통해 받아낸 허위 자백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고 재심을 권고했고, 정씨는 재심을 통해 2011년 무죄판결을 확정 받았다. 이 사연은 2013년 '7번방의 선물'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돼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정씨는 이후 2016년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경찰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마지막 소원이었던 국가의 배상 책임은 끝내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한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국가의 의무는 추상적이라 국가가 직접 배상 책임을 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고인의 별세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린 표창원 전 의원은 "정원섭님께서 국가 배상을 받을 권리마저 억울하게 빼앗긴 아픔을 안고 영면에 드셨다"며 "공정한 하늘에선 억울함 없이 편안하게 쉬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빈소는 경기 용인시 평온의숲 304호. 발인은 30일 10시30분. (031)329-5900

오지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