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중소기업' 브렉시트 직격탄... "수출 대폭 감소" 존폐 기로

입력
2021.03.30 00:10
네 곳 중 하나 꼴 'EU 거래 중단'
늘어난 서류 작업·부족한 창고

영국 ‘수출 중소기업’들이 유럽연합(EU) 탈퇴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4곳 중 하나는 최대 무역상대인 EU와의 거래가 잠정 혹은 영구 중단됐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3개월이 지나면서 수출 지연으로 인한 손실은 불어나는데 수출 걸림돌을 단시간 내에 해소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소상공인연합회(FSB)가 중소 수출기업 13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곳이 EU와의 거래를 잠정 혹은 영구 중단했다고 전했다. 조사 대상 기업 10곳 중 한 곳은 EU 대상 무역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 브렉시트의 공식 발효로 영국·EU 무역에 전에 없던 절차들이 만들어진 영향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브렉시트 직후인 1월 영국의 EU 수출은 41%나 급감했다. 소규모 온라인 소매업체와 식음료업체들의 피해가 컸다. 꼬막, 조개와 같은 수산물 수출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관련 수출기업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 서류 작업이 늘어나 납품이 지연되기 일쑤였다. 영국 정장 한 벌이 벨기에 고객에게 도착하기까지 이틀이면 족했던 배송 기간은 이제 한 달이 걸린다.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EU 현지에 대형 창고를 운영하며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 둘 형편도 안 된다. 영세 업체들에 창고 운영 등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막대하다. 영국 수출의 버팀목이 됐던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나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해 영국 전체 수출액 3분의 1인 2,000억파운드(약 312조원)를 중소기업이 창출했다"고 전했다.

손실 장기화도 문제다. 영국 남서부 지역 상공회의소 대변인인 맷 그리피스는 “(강도) 높은 관리체제와 서류, 운송 비용으로 인해 회원사들은 경쟁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체리 FSB 회장은 “대기업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원이 있으나 소규모 업체들은 수출 사업 유지 여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위기를 맞았다”고 토로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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