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이후 첫 주말을 맞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나란히 서울 강남을 찾았다. 이번 선거 최대 이슈인 부동산 관련 공약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동시에 2030세대 표심을 잡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소위 '강남3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다른 지역보다 더 들끓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후보는 지역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공약을 부각했다. 그는 28일 서초구 유세에서 "공공주도가 한쪽으로 너무 찍히다 보면 주민들의 의견이 완전히 수렴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저는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공공 민간참여형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실제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달라지는 부분이 많이 있고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직계존비속에 대한 부동산 소유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도 촉구했다.
국민의힘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강남 지역 유세에 나선 오 후보 측도 부동산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강남구 코엑스에서 오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유경준(서울 강남병) 국민의힘 의원은 "강남 지역에 재건축·재개발을 원하면 오 후보를 찍어달라"며 "(오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를 내려주실 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 후보가 내세운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공주택 분양 원가 공개 공약 등을 거론하며 "이미 15년 전인 2006년 9월, 제가 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발표해 시행했던 정책"이라면서 "좋은 정책은 시간이 흘러도 역주행이 가능한가 보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아마도 박 후보는 SH공사 분양원가 공개(62개 항목)와 후분양제가 이미 2007년 3월 우리나라 최초로 장지지구 아파트로부터 도입됐다는 사실과 그 뒤의 전개과정을 모르셨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박 후보 부동산 공약에 대한 비판을 오 후보 자신의 시정 경험과 연결한 것이다.
주말 내내 두 후보는 2030세대 민심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했다.
먼저 최근 "20대는 역사 경험치가 낮다"는 발언으로 공격을 당했던 박영선 후보는 이날 서초구 서울고속터미널 광장 유세에서 이를 만회하는 데 주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하면서 2030세대 창업가들을 가장 많이 만났다"며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굉장히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투표권을 가진 20세 대학생과 청년 벤처기업가 등의 지지연설과 함께 박 후보는 △청년 출발 자산 5,000만 원 대출 △1인가구 월세(20만 원) 지원 대상 확대 △서울시 산하기관 필수노동자 대상 주 4.5일제 시행 등 청년 맞춤 공약도 상세히 소개했다. 또 젊은층이 많이 찾는 강남역 거리에서 시민들과 대화하는 토크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유세 등을 진행하며 접촉면 넓히기에 주력했다.
오세훈 후보 역시 젊은층이 많이 찾는 강남구 코엑스 앞 광장 유세에서 2030세대를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2030세대 유권자를 유세 연단에 세운 오 후보는 "그 친구들 앞에서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솔직히 말하면 겁난다. 2030세대 젊은이들이 무섭다"면서 "우리 때랑 비교하면 정말 똑똑하고 세상 물정도 다 꿰뚫고 있는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20대 경험치' 발언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날 코엑스 유세장에 함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젊은이들을 위한 경제 성장 동력을 만들 사람"이라며 오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오 후보는 전날에도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서울권대학 학생대표자와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마포구 홍익대 앞 상상마당 현장 유세를 통해 2030세대와의 소통에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