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팔다리’로 불리는 림프부종은 최근 들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전에는 의사와 환자 모두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만 집중했지만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암도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한 병이 되면서 이제는 환자들이 삶의 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림프부종 환자는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림프부종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도 지난 10년간 3배 이상 급증했다.
암 절제술 시 겨드랑이나 서혜부 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한 환자의 40%가량에서 발생하는 림프부종은 단순히 팔다리가 붓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심하면 봉와직염까지 생겨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치료 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장기간 재활 치료로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난치병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 미세 수술 술기(術技)의 발전과 새로운 진단 기술 도입으로 극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법은 림프관 정맥문합술(lymphatico-venular anastomosis)이다. 피부 얕은 곳의 지름 1㎜ 이하의 정맥과 림프관을 이어주는 것이다. 이 방법은 국소마취로도 가능하고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통증이 거의 없다.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부담도 적다. 또한 최근 실시간으로 림프관 주행을 확인할 수 있는 인도시아닌그린 림프조영술(indocyanine green lymphography) 검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서 관련 의료 기기도 점차 많이 보급되고 있는 추세다.
림프관 기능이 크게 떨어진 환자는 정상 림프절을 유리피판 형태로 떼어내 림프부종이 생긴 팔다리로 옮기는 ‘혈관성 림프절 전이술(Vascularized lymph node transfer)’을 시행한다. 2010년 이후 미국ㆍ일본ㆍ대만 등에서 시작된 이 수술법은 지금으로서는 말기 림프부종 환자의 림프관 기능을 새로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고도의 미세 수술 술기가 필요해 아직 국내에는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림프부종 환자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수술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위의 보편적인 수술법 외에도 림프부종 예방과 치료를 위한 다양한 기술과 약물이 연구ㆍ개발되고 있다. 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할 때 그 자리에서 끊어진 림프관을 찾아 인근 혈관으로 연결해줘 림프액이 순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예방적 림프정맥문합술’은 점차 유효성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그 외에도 림프관 기능을 늘리기 위해 교원질 골격틀(collagen scaffold)을 삽입해 림프혈관이 새로 생기는 것을 유도하거나, 줄기세포 및 성장 인자(growth factor) 탐색을 통해 새로운 치료 후보 물질을 찾는 등 관련 연구들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난치병으로만 여겨졌던 림프부종도 이제는 의술 발전과 다양한 치료법의 개발로 점차 극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림프부종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더 이상 치료가 어렵다고 비관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병원에서 검사하고 상담받기를 권한다. 진단과 치료가 빨라질수록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