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이번엔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쏜 지 나흘 만의 재도발이다.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이번 첫 도발은 내주 한미일 3국 안보 책임자들이 최종 조율할 대북 접근법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미 행정부 출범 초기에 무력 도발로 대화 기회를 걷어차곤 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후 전략적 인내 전략으로 대화의 문을 닫아버렸고, 트럼프 행정부는 ‘화염과 분노’로 대응해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북한이 도발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관측도 그렇지만 우리 당국의 늑장 대응 역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합동참모본부가 출입기자단에 미사일 도발을 알린 것은 일본 해상보안청 발표 시각보다 16분이 지나서였다. 발표 내용도 ‘불상의 미사일’이라며 종류, 낙하 지점 등에서 구체적이지 않았다. 이후 합참 브리핑에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이유로 탄도 미사일에 대한 판단이 보류됐다. 스가 일본 총리는 청와대보다 1시간 먼저 NSC 회의를 가진 뒤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에선 미사일 1개는 지상에서 발사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로 추정된다는 당국자 발언이 언론을 탔다. 이처럼 상황이 전개되자 합참은 첫 언급 이후 4시간 만에 입장을 바꿔 '탄도미사일 가능성'을 인정했다.
당국의 정보 자산, 유리한 지리적 요인을 감안하면 일본에 탐지 능력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일본과 달리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우를 범하지 않는 절제된 대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중한 상황 관리가 중요해도 국민과 소통하고 혼란을 막는 것에 우선할 수는 없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1월 22일),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도발은 한미 당국이 비공개 결정을 했다지만 이번은 다르다. 국민 생명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외국 당국과 외신을 통해 파악토록 한다면 정부 불신을 자초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