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만나는 ‘3자 수사협의체’가 다음주 초 본격 시동을 앞두고 있지만 출발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논의 주제나 협의체 성격과 관련, 사실상 동상이몽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공수처와 검찰은 ‘검사 기소권 관할 및 이첩 범위’ 문제를 두고 이미 충돌을 빚기도 한 상태라 입장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협의체를 통해 검찰을 설득해 보겠다는 방침이지만, 검찰은 ‘기존 법 체계에서 벗어나는 공수처 주장은 협의체 수준에선 논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와 검ㆍ경이 한자리에 모이는 수사협의체 첫 회의는 오는 29일 개최된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ㆍ경 수사권이 조정된 데다, 올해 1월 새로운 수사기관인 공수처도 출범한 만큼 향후 수사 실무상 혼란이나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자리다. 수사기관들 간 미리 ‘교통 정리’를 하게 되는 셈이다. 협의체는 공수처 제안에 따라 구성됐다.
공수처에선 ‘넘버 2’인 여운국 차장이 회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장검사급이, 경찰에선 수사 조정 업무를 맡는 경무관급 인사가 각각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상견례 차원의 첫 만남이긴 하지만, 이미 회의 안건도 대략 정해져 각 기관들끼리 공유한 상태다.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질 주제는 ‘사건 이첩’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경찰은 여전히 사건 송치 관계로 묶여 있지만, 공수처 출범과 함께 ‘경우의 수’가 복잡해졌다. 검ㆍ경이 수사하던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공수처에 보내거나, 공수처가 이첩받은 사건을 검ㆍ경으로 재이첩하는 등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현재 공수처와 검찰 간 온도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최근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현직 검사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공소제기 판단을 위해 사건을 다시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기소 여부 판단은 공수처가 하겠다는 뜻이었는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사건을 이첩받으면 해당 기관 권한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찰엔 수사권만 이첩하고, 공소권 행사를 유보한 재량이첩”이라고 설명했으나, 검찰은 “재량이첩은 처음 듣는 개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수처는 이번 수사협의체에서 재량이첩 부분을 본격 논의하려 할 공산이 크다. 반면 검찰 내부에선 ‘재량이첩은 법에서 허용된 개념이 아니다. 협의체 안건이 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검사사건 재이첩 과정, 재량이첩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려 해도, 검찰 측에서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때문에 29일 첫 회의에서 실질적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재량이첩 같이 법을 뛰어넘는 개념은 협의체 합의로 합법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협의체에선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실무적으로 조율할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